다시, 올리브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정연희 옮김
한 줄 감상
자신을 즐겁게 만들어 주지 않은 것은 그녀 자신이었음을
작가 및 영상 정보
( <다시, 올리브>의 전작인 <올리브 키터리지>의 책 리뷰를 참고해 주세요)
나이 들어서 후회하지 않기 위해 변해야만 할까? (< 올리브 키터리지 >를 읽고)
나이 들어서 후회하지 않기 위해 변해야만 할까? (< 올리브 키터리지 >를 읽고)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소설/ 권상미 옮김(멋진 책사진 찍어보고 싶어서 소품도 이용해 봤는데, 사진에는 정말 재능이 없나 봅니다.. 덩치 큰 올리브만 바라보고 있는 헨리와
ssohee07.tistory.com
독서 후 느낀 점 (스포주의)
<올리브 키터리지>의 올리브에게 푹 빠졌다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후속편 <다시, 올리브>! 전작만큼 재미있었고 울림이 있었다. 전작에서 올리브에게 연민과 공감을 느꼈다면, 이번 이야기에서는 노년의 회환과 죽음에 대해 조금 더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에 깊이 빠져 들었다.
이 책 덕분에 며칠을 나의 노년에 대해 생각하게되었다. 내 인생을 이렇게 거시적으로 골똘히 고민해 본 적이 있었나? 지금 건강하고 뭐든 잘하고 날아다니는 내 남편이 나이 든 모습, 내가 나이 든 모습을 상상하니 결국은 "내가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귀결된다. 그러면 나는 책을 읽고 조금 더 이 순간을 사랑하고 현명하게 살아야 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변하지않을까? 모든 다른 젊은이들처럼 나는 또 이 시간이 영원할 것처럼 낭비하고 있을까? 책을 읽고 좋은 생각을 하고 변화하지 않는다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나? 좋은 책을 만나면 책을 읽은 후의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결국은 타고난 기질로 인해 사랑받고 또 후회한다.
죽을 때까지 사람의 타고난 기질은 변하기 어렵다.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을 때는 올리브가 안타까웠다. 누구보다 좋은 사람이지만 냉소적이고 지나치게 솔직한 성격 탓에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쓰였다. 그녀가 자신의 천성을 바꿔서라도 더 좋은 아내, 엄마, 이웃이 되어야만 할까? 생각했다. 나와 비슷한 점이 많은 올리브를 계속 두둔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 이야기를 읽으며 천성이라고 핑계대지 않고 평생 스스로를 갈고 닦으며 살아야 늙어서 후회하는 일이 조금이라도 적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리브는 좋은 사람이지만, 까칠하고 예민한 성격 탓에 주위사람을 외롭고 힘들게 했다. 그리고 그 일들이 올리브에게 가장 큰 인생의 회환으로 남고 스스로를 더 외롭게 만들었다.
50쪽
그리고 그것은 그녀의 잘못이었다. 그녀의 심장이 쪼그라들 수록 헨리의 심장은 더욱 굶주렸다.
336쪽
" 맙소사, 올리브, 당신은 정말 까다로운 여자예요. 더럽게 까다로운 여자, 젠장. 그런데도 난 당신을 사랑해. 그러니 괜찮으면 올리브, 나하고 있을 땐 조금만 덜 올리브가 되면 좋겠어요. 그게 다른 사람들하고 있을 땐 조금 더 올리브가 된다는 걸 의미하더라도. 내가 당신을 사랑하니까. 그리고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459쪽
그리고 헨리를 생각했다. 젊은 날 헨리의 눈에 깃들어 있던 다정한 눈빛 그 다정함은 그가 뇌졸중으로 눈이 안 보이게 된 뒤에도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어딘가를 응시하며 휠체어에 앉아 있는 그의 얼굴에는 즐거운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극 T인 올리브도 노년의 시간은 무섭고 외롭다.
언제나 모든 일을 객관적으로 보고 쉽게 감정에 빠지지 않는 올리브도 홀로 보내는 노년의 시간은 사무치게 외롭다. 주위에 사람이 별로 없는 올리브라서 외로움이 더욱 부각 되어 보이지만, 모든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어딜 가나 주변인이 되고 들끓던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진다. 올리브의 말처럼 그것이 자유를 주지만 한없는 외로움의 긴 시간이 함께 주어지는 것이다. 언제나 시끄러웠고 내 공간을 찾아 도망 다녀야 했던 집에 거짓말처럼 조용하고 기나긴 시간이 찾아온다. 바쁘고 힘에 부쳤던 젊은 시절에 그렇게 바랐던 시간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온다.
325쪽
올리브가 말했다. "내가 가장 잘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살다 보면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잖아. 그건 조금은 의미도 나쁜 의미도 아니야 하지만 어쨌든 자신이 중요한 존재 라고 생각하게 돼. 그러다 어느 순간 알게 되는 거지." 올리는 아까 커피를 가져온 여자가 있는 쪽을 향해 어깨를 으쓱했다. "자기가 더 이상 아무 존재가 아니라는 걸 엉덩이가 큰 종업원에게 투명인간이 되는 거지. 그런데 그게 자유를 줘." 그녀는 앤드리아의 얼굴을 계속 살폈는데 뭔가와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341쪽
거기 모든 이야기가 있었다. 올리브 아버지가 자살한 것 아들이 심장에 바늘인 것 시 주제가 줄기차게 두드리는 것은 그녀 올리브가 외롭고 겁에 질린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끝났다.
여든이 넘어도 우리는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아서 또 성장한다.
여든이 넘으면 우리는 인생의 현자가 되어있을까? 많은 실수를 통해 배우고 우리는 훨씬 더 나은 어른이 되어 있을까? 물론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우리 대부분은 큰 성장 없이 늙어갈 것이다. 비슷한 실수를 여든이 넘어서도 할 것이다. 여든이 넘어서도 내가 누군지 여전히 궁금해하고 인생의 해답을 찾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완벽한 어른이 될 수는 없다. 그래도 이 책에 나오는 어르신들처럼 또 후회하고 그것을 통해 아주 조금이라도 변화하면서 살 것이다. 여든이 되어도 우리는 여전히 부족하기에 여전히 성장할 것이다.
266쪽
잭은 너무 무서워서 의자에 앉아 위스키를 단숨에 들이켰다 무서운 것은 인생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자신이 누군지 혹은 뭘 하는지 모른 채 살아 왔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것이 그의 내면에 전류를 일으켰고. 그는 그것을 자신이 느낀 대로 정확히 표현할 단어조차 스스로 잘 찾아낼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방식에 대해 스스로 모르고 있었다고 느꼈다. 그것은 바로 눈앞에 큰 맹점이 존재했다는 뜻이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보는지 모르고 있었다는 정말로 전혀 몰랐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모른다는 뜻이기도 했다.
421쪽
올리브가 마침내 몸을 앞으로 숙이며 말했다. “난 이렇게 생각해. 이 사람아. 넌 아주 잘하고 있어.” 그러고는 뒤로 기대 앉았다. 사랑이라는 건 참 트럭에 붙인 그 범퍼 스티커에도 불구하고 올리브는 베티에게 그런 감정을 느꼈다. (중략)
올리브는 깨달았다. 자신을 즐겁게 만들어 주지 않은 것은 그녀 자신이었음을. 그녀는 의자에서 조금 뒤척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리고 여든이 넘어서도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부모님을 그리워할 것이다. 아무리 어른의 어른의 어른이 된 시기가 와도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그대로일 것이다. 몇십 년 만에 올리브가 '엄마'를 불러 봤을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했다. 86살이 되어도 어른이 아닐 수도 있다.
456쪽
올리브는 이저벨이 한 말을 한참 생각해 본 뒤 조심스럽게 “엄마?” 하고 불러 보았다. 바보 같이 들렸다. 86 살에 먹은 여자의 목소리로 불러 보는 그 이름 게다가 올리브는 어머니의 목소리로 대답할 수 없었다.
그래도 다음 날은 온다.
당장이라도 끝이 날 것 같은 나날들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심장마비를 겪고 돌아온 올리브에게 죽음은 바로 뒤에 있는 것만 같다. 그래도 노년의 시간은 끝나지 않는다. 두번 째 남편을 보낸 올리브는 계속 살아가야만 한다. 늘 그렇듯이 정말로 최악인 날도 있고 또 좋은 날도 있다. 늘 그렇듯이 좋은 사람도 만나고 나쁜 사람도 만난다. 대체로 외롭고 비참해서 슬픈 노년이지만, 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 내가 저질렀던 젊은 날의 실수로 인한 회환과 끝도 없는 외로움을 껴안고서. 그리고 아직도 완벽하게 성장하고 성숙하지 못한 스스로를 다독이며.
336쪽
올리브는 그 사실이 놀라웠다, 첫 남편이 죽었을 때는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은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여기 세상에 있다고 하루하루 그녀를 향해 아름다운 비명을 질러 대는 세상이. 그리고 그것에 감사했다.
460쪽
내게는 내가 누구였는지에 대한 어떤 단서도 없다 진실로 나는 한가지도 알지 못한다. 올리브는 지팡이로 땅을 짓고 몸을 일으켰다. 이저벨에게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할 시간이었다.
독서의 순간들
도서관에서 읽고
캠핑가서 읽고
또 도서관에서 읽고
침대에서 읽었다! 길고 길게 읽었고 마지막 부분을 읽고는 잠이 오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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