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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30일 매일 읽기

나이 들어서 후회하지 않기 위해 변해야만 할까? (< 올리브 키터리지 >를 읽고)

by 봄날곰 2025.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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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소설/ 권상미 옮김


(멋진 책사진 찍어보고 싶어서 소품도 이용해 봤는데, 사진에는 정말 재능이 없나 봅니다..  덩치 큰 올리브만 바라보고 있는 헨리와 크리스토퍼를 표현해 봤습니다만?!)
 
한 줄 감상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변화가 필요할까?
 
작가 정보 (출처:chat GPT)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미국의 소설가로, 인간 관계와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작품을 써 왔다. 주로 미국 북동부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며, 일상적인 삶 속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치유를 진지하게 탐구해 왔다.

출처- About — Elizabeth Strout (www.elizabethstrout.com)

주요 이력

  • 1956년 1월 6일 미국 메인주 포틀랜드에서 태어났다.
  • 시러큐스 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작가로 전향했다.
  • 작품 활동은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이후 여러 권의 소설을 발표해 큰 호평을 받았다.

 
영상 정보
HBO 미니시리즈로도 제작됨 (프랜시스 맥도먼드 주연)

출처: 네이버 검색

 
독서 후 느낀 점 (스포주의)

이 책을 처음 혼자 읽었을 때, 다 읽고 생각이 들었다. 노년기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주위사람들의 소중함을 알고 다정하게 잘해줘야지. 그런데 이 책을 다시 한번 독서모임 사람들과 함께 더 깊게 읽으면서 올리브 키터리지와 그녀의 이웃들의 회한 가득한 삶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하려고 애썼다. 

노년의 회환 - 다정함이란 무엇인가?

왜 사람들은 주위사람에게 다정하지 못할까? 나 자신도 다정하지 못한 스스로가 싫은데 고쳐지지 않는다, 올리브처럼. 올리브는 성질이 불같고(아들이 말하길) 가족에게 가시 돋친 말을 스스럼없이 한다. 우리는 우리가 기억하는 것보다 많은 말로 다른 이를 상처 준다.
 

222쪽

“올리, 그거 알아?” 올려다보는 그의 눈은 고단했고, 눈 주위 피부는 붉었다. “결혼하고 수십 년을 같이 사는 동안 당신은 한 번도 사과를 한 적이 없는 것 같아. 무슨 일에도.”

271 쪽

훨씬 더 젊을 때 그녀는 가정생활을 지겨워하며 고개를 움츠린 크리스토퍼에게 소리 지르곤 했다. “이런 빌어먹을 노예 노릇은 지긋지긋해. ” 어쩌면 그렇게 소리 지르지 않았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위안과 다정함이 필요하다. 언제나 빙글빙글 웃는 다정함의 대명사 남편, 헨리 키터리지는 아내인 올리브가 볼 때는 언제나 속이 터진다. 올리브는 일흔이 넘어 모두가 떠나간 집에 남아 처절한 회한의 시간에 갖힌다. 올리브의 인생을 이해하지만 그녀의 까슬함이 주위 사람을 상처주고 외롭게 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실수다.
 

162쪽

하먼의 어머니는 바느질을 하지 않았지만 성탄절이면 팝콘볼을 만들었다. 이 말을 하는데 갑자기 뭔가를 되찾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측량할 수 없는 인생의 어떤 상실이 커다란 바윗덩이처럼 들어 올려지고 바위 밑에서 데이지의 푸른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예전에 위안과 다정함을 발견한 듯이.

187 쪽

하먼이 지금 알지 못하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는 듯이. 인생은 뼈와 마찬가지로 서로 얽혀 직조되며 어긋난 뼈는 치유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483 쪽

그녀의 타르트 접시는 헨리의 상냥함으로 가득했고, 그것이 부담스러워 올리브가 가끔 부스러기를 털어냈다면 그건 그녀가 알아야 할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알지 못하는 새 하루하루를 낭비했다는 것을.
 

그런데 왜 아무도 올리브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을까?
 
올리브는 분명 다정하지 못하고 실수가 많은 사람이다. 그런데 완벽한 사람이 있을까? 외로운 올리브. 젊어서도 나이가 들어서도 그녀를 이해해 주려는 사람이 없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올리브의 실수와 회환만 눈에 들어왔다. 완독 후에 나도 나이 들어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주변 사람한테 잘해야겠다는 단편적인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그런데 독서 모임 식구들과 깊게 다시 읽어봤더니 올리브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까칠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언제나 힘을 더하고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자신이 필요한 일에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분명 좋은 사람이고 선한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고 누구보다 가정에 충실하고 선생님으로 오랜 시간 일하며 인생을 충실하게 살아낸 사람이다. 남편이나 아들이 그녀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고 했다면 올리브는 덜 외롭고 덜 실수할 수 있지 않았을까?

52쪽


그녀는 예전에 소녀가 아니라 -소녀로 머무는 소녀는 없다- 어머니였고 고단했다.

83쪽

눈앞의 파도처럼 머릿속이 변덕스러웠다. 가지 마세요, 키터리지 선생님 가지 마세요. 
 

256쪽

그리고 그동안 올리브 키터리즈는 참을 수 없는 외로움으로 죽도록 숨이 막혔다.

352쪽

“나는 키터리지 선생님이 어느 날 했던 그 말이 늘 기억에 남아있어. 배고픔을 두려워하지 마라. 배고픔을 두려워하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얼간이가 될 뿐이다.”

434쪽

한 번은 복도에서 레베카에게 말했다. “뭐든 나한테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해도 된다.” 레베카는 대답하지 않고 책만 끼고 수학 선생 곁을 지나갔다.

 
인간이 갖지 못한 상태 특성을 변화시켜야 할까?

올리브가 다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모든 인생 전체가 실수라고 평가받는 건 불공평하다. 물론 우리는 다정하고 현명하게 살면서 남들에게 상처 주지 않고 살아가려고 애써야 한다. 그런데 모두가 실수 없는 현자이자 성인군자가 될 수 없다. 그래서 그녀의 삶을 이해하고 싶다. 사람을 믿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차갑고 까칠한 올리브. 그녀도 끊임없이 다정한 사람을 동경하고 자신이 그러하지 못함을 안타까워한다. 그런 올리브가 이해가 된다. 나도 천성적으로 다정한 몸짓과 말투인 사람을 보면 동경하게 된다.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저런 사람은 될 수 없음을 안다. 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들이 말하길, 사람은 변하기 어렵고 서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살아가야 한단다. 상대방을 바꾸려 하기보다 이해하려고 하면 서로가 덜 외롭지 않을까?


63쪽

“상태와 특성의 차이지.” 골드스타인 박사가 말했다. “특성은 변하지 않아 정신의 상태는 변하지만.”

116쪽

하지만 그 제스처, 소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만져주던 모습, 수잔의 손이 사뿐한 동작으로 아이의 가느다란 머리칼과 가냘픈 목을 쓰다듬던 모습은 올리브의 뇌리에 남았다. 배에서 다이빙하여 선창까지 수월하게 헤엄쳐 가는 여인을 지켜보는 것만 같았다. 어떤 이들은 하지 못한 일을 다른 이들은 할 수 있다는 걸 상기시켜 주듯이.


310쪽

이 광경을 지켜보는 올리브는 기분이 묘하다. 질투심? 아니, 남편을 잃은 여인에게 질투를 느끼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가갈 수 없는 느낌? 그래, 그런 기분이었다. 통통하고 천성이 친절한 여인이 아이들과 사촌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소파에 앉아 있다. 그런 여인은 올리브에게는 다가갈 수 없는 사람이다. 올리브는 이 감정이 가져오는 낙심을 깨닫는다.
 
 

414쪽

아뇨, 아들이 조용히 말했다. 내 생각엔요, 엄마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 거라고 생각해요. 엄마 성질이 불같아요. 내 생각엔 적어도 성질인 것 같 같은데 정확히 뭔지는 나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엄마는 사람들의 기분을 망치는데 뭐가 있어요? 아버지한테도 마찬가지였어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특유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절묘한 묘사

출처: chat Gpt

( chat GPT 에게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미국 메인 주의 해변 사진 달라고 했더니 가상의 사진을 만들어 줬는데 내가 생각했던 배경과 흡사하여 충격적이다. 무서운 녀석!)

73 쪽

엄청난 잿빛 구름이 몰려드는 중에도 태양은 겨루기라도 하듯 구름 밑으로 노란 햇살에 비추어, 물결 일부가 열광적으로 명랑하게 반짝였다.

467쪽

매일 아침 강변에서 오락가락하는 사이 다시, 봄이 왔다. 어리석고 어리석은 봄이 조금만 새순을 싹 틔우면서. 그리고 해를 거듭할수록 정말 견딜 수 없는 것은 그런 봄이 오면 기쁘다는 점이었다. 물리적인 세상의 아름다움에 언젠가는 면역이 생기리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사실이 그랬다. 떠오르는 태양의 강물이 너무 반짝여서 올리브는 선글라스를 써야 했다.
 

인생의 마지막 시기에도 언제나 희망은 있다

올리브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노년의 시기가 무섭다. 올리브처럼 외롭고 회환으로 가득한 노년이 될까 두렵다. 그래도 책을 덮을 때 즈음에 마음이 온통 슬프지만 않은 것은 작가가 계속해서 인생의 희망에 대해서 언급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모든 게 끝났 것 같을 때 새로운 인연도 다가오는 법이다. 후속작인 <다시, 올리브>도 기대된다. 올리브가 자신의 인생이 실패라고만 생각하길 바라며.

78쪽

세상은 언제나 슬프게 돌아간다. 그리고 새 시대의 여명은 언제나 있다.
 

84쪽

그 순간 케빈은 방금 전 그 느낌은 희망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희망은 마음의 암이었다. 그는 희망을 원치 않았다. 이 연약한 초록빛 희망의 싹이 가슴속에서 움트는 걸 더는 참을 수 없었다.

124 쪽

큰 기쁨은 결혼이나 아이처럼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일이지만, 여기에는 위험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해류가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작은 기쁨도 필요한 것이다. 브래들리스의 친절한 점원이나 내 커피 취향을 알고 있는 던킨도너츠의 여직원. 정말 어려운 게 삶이다.
 

326쪽

그런 여행 바구니가 없는 이가 누구랴. 이건 옳지 않다. 몰리콜린스가 오늘 교회에 옆에 서서 그 말을 했다. 옳지 않아 그래, 맞는 말이다. 옳지 않다.

 
 

독서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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