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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30일 매일 읽기

바깥은 여름/ 김애란 소설/ 문학동네

by 봄날곰 2024.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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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소설/ 문학동네


선택 동기
김애란 작가의 소설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2024년 휴가지(정확히 말하면 친정)에서 읽을 책으로 지목! 제목만 보고 여름과 어울릴 것 같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 들었으나… 눈물을 한 바가지 흘렸다고 합니다.

한 줄 감상
나의 삶을 관통하는 사건과 이야기들에 매우 공감이 되면서 작가가 내 삶을 들여다 본거 아닌가, 나를 아는 사람 아닌가 궁금해질 정도였다.

좋았던 이유
이야기에 흠뻑 빠져든다. 한장 한 장 넘기기가 어려울 정도로 몰입했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나의 삶을 들여다본다. 혼자만 힘들었고 특별한 줄 알았던 나의 이야기들이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나 싶다. <건너편>을 읽으며 지질했던 20대의 연애가 떠올랐다. 여전히 20대의 못나고 불쌍한 내가 떠올라서 도화를 계속 욕하게 된다. 변명해 봤자, 혼자 취직하고 잘되니까 취직 못한 이수를 버리는 거 아닌가? 그래도 도화를 통해 예전 상대방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알게 된 기분이다. 그래도 나쁜 건 나쁘다. 분명히 이수도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으면 결혼하고 애 낳고 잘살았겠지! 너무 이입했네. 역시 아직도 그때의 내가 남아 있나 보다. 구질구질하지만.

<입동>은 서사가 너무 슬프다. 나도 아기를 키우다 보니, 아기 엄마의 마음에 너무 빠져 페이지를 한장 한 장 넘기며 읽는 것도 힘들었다. 이런 일(스포방지)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남을 생각할 때도 이해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 언젠가 나에게 무례하게 대해서 내가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고 욕을 했던 사람들도 그들의 이야기가 있고 사정이 있겠지. 언제쯤 '사정이 있겠지' 라고 생각하고 이해하는 어른이 될 것인가.

 <노찬성과 에반> 에서는 우리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들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들을 환경이나 부모로 판단하지 말고 조금 더 주위에 관심을 가지고 도움이 되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가리는 손>의 다문화 가정, 학교폭력 이야기라든가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에서 순직한 선생님의 이야기에서 사회의 면면과 문제를 계속 생각하게 한다. 내가 그냥 생각 없이 지나친 사회문제들을 한번 더 생각하고 돌아보게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왠지 지식책 보다 임팩트가 없다는 생각에 초보 독서가(아직도?)는 손이 잘 안 가는데 확실히 읽고 나면 뭔가를 알게 되고 지식을 쌓은 건 아니지만 나의 삶을 바라보고 주위사람들과 사회를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조금 더 사유하게 되고 조금 더 뒤돌아 곱씹고 생각하게 된다.

(아, 그리고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마지막 이야기인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가 다른데도 실렸던 적이 있었나? 아니면 내가 이 단편만 예전에 읽었던가? 분명히 앞의 이야기들은 처음 읽는 내용이었는데 이 이야기는 예전에 어디선가 읽은 이야기다. 어찌된 일이지?)

발췌와 단상

14쪽
누구와 싸워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얼굴로. 가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가슴이 저릴 정도로 무고한 얼굴로 잤다. 신기한 건 그렇게 짧은 잠을 청하고도 눈뜨면 그사이 살이 오르고 인상이 변해 있다는 거였다. 아이들은 정말 크는 게 아까울 정도로 빨리 자랐다. 그리고 그런 걸 마주한 때라야 비로소 나는 계절이 하는 일과 시간이 맡은 몫을 알 수 있었다. 3월이 하는 일과 7월이 해낸 일을 알 수 있었다. 5월 또는 9월이라도 마찬가지였다.

34쪽
당시 찬성이 맡은 가장 중요한 일은 잘 크는 것도 노는 것도 아닌, 어른들의 잠을 깨우지 않는 거였다.

58쪽
이수는 자기 근황도 그런 식으로 돌았을지 모른다고 짐작했다. 걱정을 가장한 흥미의 형태로, 죄책감을 동반한 즐거움의 방식으로 화제에 올랐을 터였다.

59쪽
이수는 이국의 먼바다에서 시작돼 한국에 영향을 주는 현상이랄까, 인생의 작은 우연과 돌이킬 수 없는 결과, 교훈 따위 없는 실패를 떠올렸다. 지난 십 년간 자기 삶에 남은 것 중 가장 귀한 것이 뭘까 생각했다.

62쪽
당시 이수를 가장 힘들게 한 건 도화 혼자 어른이 돼가는 과정을 멀찍이서 지켜보는 일이었다.
(중략)
처음 만난 사람에게 거절과 모욕, 하대를 당할 때마다 이수는 자신이 ‘있을 뻔한 곳’ ‘있어야 했던 곳’을 쳐다봤다.

74쪽 그냥 내 안에 있던 어떤 게 사라졌어. 그리고 그걸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거 같아.

76쪽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동 안에서 여러 번의 봄과 겨울을 난, 한 번도 제철을 만끽하지 못하고 시들어간 연인의 젊은 얼굴이 떠올랐다.

77쪽
더이상 고요할 리도, 거룩할 리도 없는, 유구한 축제 뒷날, 영원한 평일, 12월 26일이었다.

101쪽 어른이 별건가. 지가 좋아하지 않는 인간 하고도 잘 지내는 게 어른이지

118쪽 긴 시간이 지난 뒤, 자식에게 애정을 베푸는 일 못지않게 거절과 상실의 경험을 주는 것도 중요한 의무란 걸 배웠다.

119쪽 차가움을 견디려 누군가를 뜨겁게 미워하는 방식을 택하는 곳이 되리라는 것 역시 아직 알지 못할 테니까.

156쪽
각 시기마다 무지 또는 앎 때문에 치러야 할 대가가 큰걸 보면.

161쪽
나는 늘 당신의 그 영민함이랄까 재치에 반했지만 한편으론 당신이 무언가 가뿐하게 요약하고 판정할 때마다 묘한 반발심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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