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일기/30일 매일 읽기

악마의 역할을 해낼 동반자를 그에게 붙여주겠노라 (<나의 눈부신 친구> 를 읽고)

by 봄날곰 2024. 12. 20.
728x90

나의 눈부신 친구(나폴리 4부작 중 1권)/엘레나 페란테/김지우 옮김




책 선택 동기
이탈리아 작가의 4권짜리 소설이라니! 평소 같으면 절대 안 읽겠지만, 온라인 독서모임이 있어 신청하고 함께 읽었다. 연말이라 뒤숭숭한 분위기에 시국도 하 수상하여 강제 (내가 신청했지만) 책 읽기 감행!

아니, 그런데 나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하긴 했는데, 1부가 448페이지라서 오! 쫌 되는데 하면서 읽었는데 어째서 이 것이 제일 짧은 것인가? 지금 2부 읽고 있는데 650페이지가 넘어가고 아래 이미지 찾아보니 3부 4부도 그렇게 보이네…? 아뉘 선생님, 그럼 이거 7권 정도 되는 거 아닙니까? 확실히 페이지 터너이고 재밌고 술술 넘어가긴 하는데 그래도 너무 두껍습니다!

출처: yes24


독서 및 기록 방법
전자도서관, (종이책) 도서관에서 대여해서 읽고 발췌한 것을 노트북에 기록

한 줄 감상
휘몰아치는 역사에 맞서 묵묵하고 처절하게 살아나가는 두 여자 아이들의 인생과 우정 이야기

작가 정보
https://en.m.wikipedia.org/wiki/Elena_Ferrante

Elena Ferrante - Wikipedia

Elena Ferrante (Italian pronunciation: [ˈɛːlena ferˈrante]) is a pseudonymous Italian novelist. Ferrante's books, originally published in Italian, have been translated into many languages. Her four-book series of Neapolitan Novels are her most widely k

en.m.wikipedia.org


배경 역사
1950년대 이후의 이탈리아 나폴리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인데, 이탈리아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어서 간단하게 찾아보았다. 두 주인공이 계속 파시스트, 공산주의, 왕정복고주의 같은 이야기가를 나눈다. 책을 펼치면 정말 내가 50년대 이탈리아 나폴리 안에 떨어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https://ko.m.wikipedia.org/wiki/%EC%9D%B4%ED%83%88%EB%A6%AC%EC%95%84%EC%9D%98_%EC%97%AD%EC%82%AC

이탈리아의 역사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이탈리아의 역사는 선사 시대인 85만년 전 무렵에 살았던 구석기인의 유적인 몬테포기올로까지 소급될 수 있다.[1] 또한 4만 3천년 전 무렵부터는 크로마뇽인이 거주 하였다. 기원전 6000년에서 550

ko.m.wikipedia.org

 
인물 가계도 

 릴라네
(첼룰로 집안)
레누네
(그레코 집안)
스테파노네
(카라치 집안)
파스콸레네
(펠루소 집안)
안토니오네
(카푸초 집안)
니노네
(사라토레 집안)
엔초네
(스칸노 집안)
미켈레네
(솔라라 집안)
질리올라네
( 스파뉴올로 집안)
아빠페르난도아빠 (이름이 없는지도 몰랐음)돈아킬레알프레도x도나토니콜라x이름 없음
엄마눈치아엄마 (이름이 없는지도 몰랐음)마리아주세피나멜리나리디아아순타실비오로사
자식 (주요 인물)라파엘라 첼룰로=리나=릴라엘레나 그레코=레누차=레누스테파노 카라치파스콸레 펠루소안토니오 카푸초니노 사라토레엔초 스칸노미켈레 솔라라질리올라 스파뉴올로
자식 그외(있는지 몰랐는데 있음)엘리사, 페페, 잔니피누차, 알폰소카르멜라, 그외아다마리사그외마르첼로그외


 
독서 후 느낀 점

난 너와 같은 무리를 한 번도 미워해본 적이 없노라.
부정을 일삼는 모든 정령 중에서도
너 같은 익살꾼은 내게 조금도 짐스럽지 않구나.
인간의 활동이란 쉽사리 느슨해지고
언제나 휴식하기를 좋아하니 내 기꺼이 그를 자극하여 악마의 역할을 해낼 동반자를 그에게 붙여주겠노라.
• 괴테, 「파우스트」
 
괴테의 파우스트의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흥미로운 이탈리아 책! 4부작까지 읽고 나서 조금 더 면밀히 정리해 보겠지만 1부작 <나의 눈부신 친구>만으로도 재미있고 흥미롭다. 제목에서 처럼 두 친구의 인생이야기에 따라 함께 흘러가게 된다. 우선 이들의 관계는 무엇일까?

친구라고 얄팍하게 정리해 버리기엔 너무 아쉽다. 작가가 발췌한 <파우스트>의 문장 중 ‘ 언제나 휴식하기를 좋아하니 내 기꺼이 그를 자극하여 악마의 역할을 해낼 동반자를 그에게 붙여주겠노라.’ 이 부분이 이들의 관계에 찰떡같이 맞아 들어간다. 1부작에서는 16살에 리나가 결혼하기까지의 유년기에 대해 다루는데 둘은 초등학교에서 만난 친구인데 붙어 다니면서 끊임없이 서로를 견제하고 더 나은 성취를 맞보려고 경쟁한다. 화자인 레누는 이런 친구인 릴라가 언제나 불편하지만 릴라를 뛰어넘고자 또는 함께하고자 애쓰면서 학업이나 인간관계 있어서 한계를 넘어선다. 그들은 서로를 끊임없이 걱정하고 좋아하지만 언제나 견제하는 사이다. 이 불편한 사이가 친구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입에 발린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친구보다 이렇게 서로를 지켜보며 오랫동안 함께 성장하는 것이 좋은 친구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원래 친구도 없지만, 이런 친구는 더더욱 없으니 조금 부럽기도 한 것이다.

이 관계 속에서 그들이 처한 정치, 역사적 상황이 흥미롭고 이들이 이 것을 인지하고 삶의 과정에서 여러 선택을 하는 것이 재밌다. 레누가 이 가난한 마을에서는 드물게 고등교육을 받게 되는 것이나, 가장 진보적이고 진취적인 릴라가 좋아하는 책을 등지고 동네 부자인 스테파노와 얄팍한 결혼을 하게 되는 일들이 시대 상을 잘 반영하고 그 속에서 소녀로서 살아가야 하는 그들의 삶에 대해 설득력 있게 잘 보여준다. 모든 것이 개인의 선택인 것 같지만, 역사 속에서 필연적으로 여성으로서 할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선택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무엇을 인정하고 살아야 하는지, 변화를 꿈꿔야 하는지 내 삶에 대비해 질문을 던지고 생각해보게 한다.  요즘 탄핵 정국과 맞물려 생각해 보면 소름 돋는 문장들이 많았다. (할많하않)

내 삶과 선택, 친구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생각해보게 해서 좋았고 그런 선택들이 왜 필연적으로 따라오는지에 대해서도 되짚어보게 한다. 모든 게 나의 선택이자 성취이고 잘못이라고 여겼던 많은 일들을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

발췌 및 단상
 
124쪽
잠시 망설이긴 했지만 나는 릴라가 했을 법한 결정을 내렸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 마음을 그녀에게 준 것이다. 
- 나에게 어떠한 의미로든 자극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친구가 된다. 
 
150쪽
"시도하지 않으면 변화할 수 없어."
- 이런 릴리였는데 가족, 나라, 역사 같이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짓눌려 변화하고 삶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나는 어떤 영향을 받고 변화했을까? 내가 노력해서 성취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이미 주어져있었고 떠먹여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변화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소설에서 끊임없이 보여준다. 

152쪽
겨우 열세 살인 우리들은 제도나 법률이나 정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어린 시절부터 보고 들은 것을 따라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원래 정의는 폭력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었던가. 
- 이 책은 희한하게 지금 대한민국에 딱 맞는 질문을 계속한다. 어른이 되었다고 유연하게 살 줄 알게 되었다고 잘못인 것을 알지만 그냥 덮어두고 지나가버린 많은 순간들. 그것이 결국에는 돌아온다. 사람들이 살아온 대로 사는 것이 정답이 아닌데 정답을 찾게 된다.
 
158쪽
올리비에로 선생님이 정말 부모님께 내가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하러 오면 부모님은 또다시 싸우기 시작할 테고, 나는 그런 상황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 삶이 변할 수 있는 기회를 체념하는 것이 어렵지만, 그것을 변화시키는 게 더 어려워서 포기해야 하는 가난한 집안의 여자애들의 삶. 내가 이 시대에 원하면 공부는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에서 태어난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삶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161쪽
"레누는 말입니다."
선생님이 말했다. 
"우리를 뿌듯하게 해 줄 거예요."
 - 고마운 올리비에로 선생님. 우리는 왜 지나가고 나서야 한참 뒤에 그 고마움을 알게 될까. 
 
164쪽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녀와 나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적당한 단어를 찾다 보니 내가 우리의 관계를 과장된 표현과 긍정적인 감탄사로 단순화하려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 오! 내 글이 딱 이렇다. 과장된 표현과 긍정적인 감탄사로 단순화! 좋은 것을 진실되고 자세하게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하지만 좋으면 좋을수록 더 감탄사로 설명하게 되고, 왜 좋은지 제대로 전달하기가 어렵다. 
 
171쪽
집으로 돌아가서 거울 속의 내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나는 정말 어떤 사람일까. 릴라는 곧 어떤 사람이 될까.
- 난 왜 이런 고민을 해보지 못했지? 청소년 때는 물론이고 지금도 이런 깊은 질문을 묻고 답하기가 쉽지 않다. 

176쪽
나폴리에서는 언제나 무언가를 잘라내고 무언가를 부쉈다 다시 만드는 일이 반복됐고 그 과정에서 돈이 돌았다. 힘겨울지언정 일자리가 생겼다. 
- 인생을 거시적으로 바라보고 질문해야 한다.

201쪽
새 학기가 시작되자 한편으로는 릴라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괴로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모두가 알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악행과 맹종과 비겁한 행위를 따지는 일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다. 결국 나나 릴라나 파스콸레나 리노의 몸속에도 그들과 같은 피가 흐르고 있지 않은가. 
 
202쪽
충분히 공부하지 못해서 릴라에게 잘 대답하지 못하면 선생님들의 질문에도 확실하게 대답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209쪽
"나는 절대 사랑에 빠지지 않을 거야. 그리고 시 따위는 절대, 절대, 절대로 쓰지 않을 테야."
- 우린 언제나 한 치 앞을 보지 못하지.

211쪽
하지만 그녀의 부모님은 아무것도 몰랐고 아무런 이야기도 하려 하지 않았다. 파시즘에 대해서도 왕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권력남용이나 폭정, 착취에 대해서도 무지했다. 그들은 분명 돈 아킬레를 증오하고 솔라라 집안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모른 척하고 돈 아킬레 자식의 가게나 솔라라네 가게에서 자신들이 번 돈을 쓰고 때로는 우리를 그곳으로 심부름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고는 솔라라네 가족이 원하는 것처럼 파시스트나 왕정복고주의자들에게 투표를 한다. 글은 이전에 일어난 일들은 모두 과거일 뿐이니 조용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모든 것을 조용히 덮어두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아직도 과거의 일에 영향을 받고 있었고 우리까지 그 영향권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자신도 모르게 과거의 일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와우! 요즘 우리나라의 시국에서 이런 글귀를 보고 있자니 정말 소름이 돋았다. 흘러가는 대로 살고 주위에 관심도 없이 변화의 의지도 없이 살아가면서 이 것을 또 아무 생각 없이 후대에 물려주기까지 한다니. 왜 주위를 둘러보고 사람을 보고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투표를 제대로 해야 하는지를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이 책을 통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역사가 뭔지 정치가 뭔지 개인의 인생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또 반대로 개인이 어떻게 역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질문하고 고민해보게 한다.

231쪽
우리는 남자들이 굵은 도화선이 달린 원형 폭죽들을 가지러 뛰어다니는 동안 어떻게 해서든 체온을 높여보려고 우리끼리 몸을 붙이고 있어야 했다.
-말도 안 되는 전쟁에 휘말리는 여자들의 자세.

234쪽
“내가 오빠에게 행운은 길모퉁이에 있다고 믿게 했어.”
-릴라의 잘못은 아닌데, 결국 릴라가 오빠의 어리석음까지 껴안아야 하네. 이 소설 보는 내내 정말 불쌍한 릴라.. 릴라..

294쪽
그는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기쁘게 받아들였으며 매 순간을 밝게 살았다.
- 겉으로 보기에 눈부신 인생이 정말 전부가 아니다.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 쉽게 부러워하거나 경멸하지 말자.

302쪽
선과 악은 혼재되어 있는 것이고 선은 악에 의해서, 악은 선에 의해서 더욱 강해지는 것이라고. 다시 생각해 보면 마르첼로와 결혼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거래였다. 하지만 옳은 일은 쓰디쓴 법이고, 잘못된 일은 달콤한 법이다. 참으로 얄궂은 조합이 아닌가.

330쪽
그렇지만 우리 존재를 확고하게 해 주고 우리 자신을 포함하여 소중한 사람들의 ‘경계의 해체’를 막아줄 시멘트 같은 돈의 이미지는 아직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부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은 구체성과 일상적인 행동, 그리고 협상이었다.

347쪽
매초, 매 순간 아무리 울어도 충분하지 않을 만큼 괴로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 그런데 너는 뭘 하고 있지? 성령이 무엇인지 공부하는 종교학 수업? 내버려 둬. 세상을 창조한 것은 성부도 성자도 성령도 아닌 악마라고. 자, 이제 스테파노가 내게 선물한 이 진주 목걸이 좀 볼래?
- 릴라의 세상은 악마가 창조한 세상이구나… 불쌍한 릴라..


독서의 순간들

요즘 오후 햇살이 좋아서 거실에서 책 읽는다.


다른 날 같은 장소


도서관에서도 읽고


딸내미 영어학원 끝나길 기다리며 또 읽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