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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30일 매일 읽기

부와 명예, 그리고 완벽한 가족까지 가지고 싶은 인간의 욕심의 끝은 어디인가? (<트러스트>를 읽고)

by 봄날곰 2025.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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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 에르난 디아스 장편소설/ 김동혁 옮김


 
선택 동기
독서모임 '수북희' 선정 책.
요즘 재테크 공부를 한답시고 새벽에 일어나서 공부하고 (한번 했음) 설쳐대고 있는데, 읽을수록 '돈과 자본주의가 무엇인가?'이 것을 왜 쫓으며 살아야 하나라는 질문만 가득 떠오른다. 마치, 공부하는 학생이 ' 왜 공부해야 하나'를 생각하면서 공부를 안 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랄까? 어쨌든, 요즘 나의 이러한 질문에 또 한 번 깊이 들어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을 만나서 좋았다.
 
한 줄 감상
부와 명예, 그리고 완벽한 가족까지 가지고 싶은 인간의 욕심의 끝은 어디인가?
 
작가 정보 -에르난 디아스 (출처: chat GPT)
 

출처: Bio — Hernan Diaz

🧑‍💼 기본 정보

  • 출생: 1973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 성장: 어린 시절 스웨덴으로 이주, 이후 미국으로 이주해 정착
  • 학력: 뉴욕대학교(NYU)에서 비교문학 박사학위(PhD) 취득
  •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 중

✍️ 작가로서의 경력

  • 2017년: 첫 장편소설 『먼 곳에서』(In the Distance) 발표
    • 퓰리처상 최종 후보
    • 펜/포크너상 최종 후보
    • 존 도스 파소스 상 수상
  • 2022년: 두 번째 소설 『트러스트』(Trust) 발표
    → 금융계 거물의 삶을 둘러싼 "다층적 이야기 구조"로 극찬받음
    • 2023 퓰리처상(소설 부문) 공동 수상
    • 부커상 후보
    • HBO 드라마 시리즈 제작 확정
    • 버락 오바마 선정 '올해의 책'

 
 
독서 후 느낀 점 (스포주의)
이야기의 가장 큰 특이점은 형식이다. 동일한 인물(밀드레드 베벨)의 생에 대해서 네 사람이 자기의 입장에서 써 내려간 이야기다. 메타픽션 (소설 속의 소설)이라는 형식이라고 한다. 아래 목차 (chat GPT 제공)에 대한 설명을 파악하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면 조금 더 꼼꼼히 서로 비교하며 읽어볼 수 있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다 읽고 나서 형식이 이렇다는 것을 파악했더니 앞에서 그냥 흘려보낸 이야기가 많아서 아쉬웠다. 

  • 채권 – 해럴드 배너(Harold Vanner)
    가상의 작가 해럴드 배너가 쓴 소설로, 월스트리트의 거물 벤자민 라스크(Benjamin Rask)와 그의 아내 헬렌(Helen)의 이야기
  • 나의 인생 – 앤드루 베벨(Andrew Bevel)
    벤자민 라스크의 실제 모델로 추정되는 인물이 자신의 삶을 회고하며 쓴 미완성 자서전
  • 회고록을 기억하며 – 아이다 파르텐자(Ida Partenza)
    자서전을 대필한 작가의 회고록으로, 자서전의 작성 과정과 그에 얽힌 이야기
  • 선물 – 밀드레드 베벨(Mildred Bevel)
    앞의 세 글에서 계속 타인의 관점으로만 서술되었던 아내 헬렌의 시각에서 본 이야기로, 그녀의 일기 형식으로 구성

이 형식을 통해 생각하게 되는 질문은 '한 사람의 일생은 관찰자와 기록자에 따라 어떻게 다른 이야기로 남을 것인가?'였다. 밀드레드 베벨의 진짜 일생에 대해서 누구의 기록이 맞는지는 끝까지 독자는 알 수가 없다. 다만, 밀드레드 베벨이 스스로 쓴 일기(라고 추정되는)가 가장 사실에 가까워 보이지만, 이것도 발견한자가 복원한 내용이며 내용도 단편적이다. 

베벨 부부의 일생은 제 3자인 작가 해럴드 배너가 보기에는 탐욕적인 거부와 그의 돈과 권력에 휘둘리는 일생을 살아가는 아내의 이야기다. 앤드루 베벨이 스스로 생각(혹은 조작)하는 그들의 일생은 똑똑하고 도덕적인 부자 남편이 국가와 아내에게 헌신하고 희생하는 이야기다. 앤드루 베벨에 의해 자서전을 대필하는 작가(아이다 파르텐자)는 앤드루 베벨의 돈과 권력에 의해 마음대로 조종된 인물이지만, 그 안에서 탐욕적이고 도덕성이 없는 미국의 금융시장과 숨겨지고 축소되는 밀드레드 베벨의 일생에 대해 알아나가고자 애쓴다. 그리고 앤드루 베벨에 의해 철저히 감춰지지만 스스로의 기록으로 본모습(남편을 뛰어넘는 경제 지성과 예술적 센스를 가진)을 드러내는 밀드레드 베벨의 이야기가 있다. 

앤드루 베벨이 혼란스러운 20세기 초 미국의 금융시장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긁어모으는 모습을 보면 혼란스럽다. 자본주의와 경제를 이해하고 공부해서 어떻게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미덕일까? 그렇게 해서 거부가 된 앤드루 베벨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고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아내보다 못한 금융과 예술 안목)에 끊임없이 열등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 옆에서 밀드레드 베벨은 아무리 똑똑하고 기품이 넘쳐도 남편의 벽을 넘지 못하고 가려져 살아가다 잊혀야 했다. 탐욕스러운 금융 자본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면서 부자 남편들 뒤에서 화려하고 행복해 보이지만 주어진 행복만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강요받아야 했던 여자들의 이야기. 20세기 초반 미국 부자들의 화려하고 빛나는 겉모습에 감춰진 진짜 이야기를 생각하게 한 흥미로운 책이었다. 

(덧, 마지막 목차의 제목이 선물 / Futures이라는 것도 재밌었다. 장래의 일정한 시기에 상품을 넘겨준다는 조건으로 현재 시점에서 가격을 정해 매매 계약을 하는 거래를 선물 거래라고 한단다. 작가의 의도는 뭘까? 밀드레드 베벨의 일기가 선물이라는 걸까?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보는 것이 재밌었다.) 
 
발췌와 단상

19 쪽
시간은 지속적인 가려움이 되었다.
단상) 이 책은 군데군데 문학적 표현이 배경과 어울리지 않게 아름답다.

20쪽
행운은 그렇게 굳이 청하지 않았는데도 유리한 정치적 변화와 시장 변동의 형태로 찾아왔다.

30쪽
쉘던은 관습적이면서도 당혹스러운 자질, 즉 취향으로 넘칠 듯했다.
단상)  내가 그렇게도 가지고 싶던 취향인데, 부자들은 넘치는구만. 

37쪽
시간이 지나 기억의 자세한 내용이나 윤곽이 희미해지더라도 신이 나고 풍족했던 대체적인 느낌은 언제나 머릿속에 선명하고 생생하게 살아 있을 것 같았다.

48쪽
그때 헬렌은 이처럼 엄숙한 형태의 기쁨을 아무런 내용물이 없기에 너무도 순수하고 다른 누구에게 기대지 않기에 너무도 기댈 만한 그 기쁨을 앞으로도 가지려고 노력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88 쪽
사람들은 대부분 각자가 승리에 있어서는 적극적 주체이지만 실패에 있어서는 수동적 객체일 뿐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승리하는 건 우리지만 실패하는 건 우리가 아니다. 우리의 통제력을 벗어난 힘 때문에 망가지는 것뿐이다.
단상) 주식 시장에서 실패하는 우리의 이야기인가? (이러면서 주식 주가를 확인해 보는 나는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인가..)
 
89쪽
이사한 이후 밀드레드가 느낀 기쁨은 결국 내가 경험했던 가장 압도적인 기쁨이 되었다. 그녀는 가장 사소한 일에도 즐거워했으며, 삶의 가장 단순한 기쁨에서 가장 큰 만족감을 느꼈다.
단상) 그냥 읽으면 이렇게나 좋은 말인데..
 
201쪽
모든 인생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거나 삐걱거리다 멈추게 하는 소수의 사건을 중심으로 정리된다. 다음번에 강력한 순간이 찾아오기 전까지 우리는 그런 사건들의 결과로 혜택을 보거나 괴로워하며 그 사건들 사이의 세월을 보낸다.

217쪽
우리의 행동은 하나하나 경제의 법칙의 지배된다. 마침에 처음 눈을 뜨는 것은 이익과 휴식을 교환하는 것이다. 밤에 잠자리에 드는 건 이윤이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시간을 포기하고 힘을 회복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하루 종일 무수히 많은 교환에 참여한다. 노력을 최소화하고 소득을 높일 방법을 찾을 때마다 우리는 사업적 거래를 하는 셈이다. 상대가 우리 자신이라도 말이다.

240쪽
아버지는 이런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던 당시에 쉽게 그 기술을 익힐 수 있을 만큼 젊은 나이였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인간이 기계의 기계가 된 상황에 반격할 생각이었습니까?
단상) 자본주의에 최대한 깊이 녹아들어 이용하고 사용하면서 살아가야 하나? 여기서 완전히 떨어져 더 중요한 것을 추구하며 살아가야하나? 그 중간에서 항상 이도저도 아닌 인생을 살아가고 있구나. 
 
291쪽
저택은 내가 이곳에 있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나 자신이 어색하고 더럽게 느껴졌다. 뭘 달라고 하는 입장도 아닌데 거지가 된 것 같았다. 그래, 난 압도되었다.
단상) 백화점 명품관에 우연히 들어간 나의 모습 아닌가요?
 
299 쪽
그 지폐들로 살 수 있는 것, 그 집회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아버지가 옳았다. 돈은 어떤 구체적 형태로든 구현될 수 있는 신성한 정수였다.

346 쪽
오늘 밀드레드의 서류를 훑어보며 알게 된 바에 따르면 이 문단들에서 드러나는 민일들에 대해 모습은 극도로 희석된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그녀가 죽은 뒤 그녀의 남편은 그녀의 존재가 그보다도 더 축소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자서전을 써야겠다는 패배를 결심은 많은 부분 아내의 오명을 벗기고 그녀가 배너의 소설에 나오는 은둔한 정신병자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겠다는 바람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이 글을 읽어보니 패배는 밀드레드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것보다 그녀를 완전히 특징 없고 안전한 인물로 바꿔놓는 것을 더 원했던 것 같다.

368쪽
베벨의 힘은 그 정도였다. 그의 재산이 주변의 현실을 구부렸다. 그 현실에는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세상에 대한 그들의 인식은 내 인식이 그렇듯 베벨의 불을 향해 끌려가는 중력에 포획되었다.

404 쪽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나는 직장에서든 사생활에서든 무수히 많은 남자들이 내 아이디어를 자기 것이냐, 내 앞에서 되풀이해 말하는 경험을 했다 - 처음에 그 생각을 떠올린 사람이 나라는 걸 내가 기억하지 못할 것처럼 말이다.

474쪽
지금부터는 그 무엇도 기억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아는 데서 오는 무시무시한 자유.

단상) 이렇게 포기한 것처럼 쓰지만 나중에 누구라도 알아주기를 누구보다 원했겠지? 
 
독서의 순간


오랜만에 부엌 식탁에서도 읽고

 
가족들이랑 한강 나들이 가서 잔디에 누워서 읽고

 
잠이 안 오는 밤에도 부지런히 읽었다. 솔직히, 읽으면 잠이 잘 오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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