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장편소설

선택 동기
독서모임 선정 도서이긴 하나 오랜만에 베스트셀러도 읽어보고 싶었다. 김금희 작가는 내내 읽고 싶었으나 어쩌다 보니 내내 못 읽었는데 이번 기회에 읽게되어 좋았다.
한 줄 감상
때로는 믿어야 살 수 있어서 누군가를 믿게 된다.
작가 정보
김금희 - 나무위키
김금희
대한민국 의 소설가 . 작품 목록 제목 발간연도 《너의 도큐멘트》 《2009 신춘문예 당선소설집》 수록 2009년
namu.wiki
독서 후 느낀 점(스포주의)
우선 주인공 영두가 참 매력적이어서 좋았다. 나와 달라서 더 애정이 간다. 무엇이든 깊게 생각하고 차분하다. 주인공 자신에게는 이러한 성격이 중학교 시절 일어난 일을 쉬이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어서 싫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163쪽
시간이든 생각이든 한번 하고 버리는 게 아니라 남겨두었다가 거기에 다시 시간과 생각을 덧대 뭔가 큰 걸 만들어가는 사람 같다고.
나를 포함한 평범한 사람들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에서 버둥대다가 어떤 경험에도 깊게 배우는 것 없이 삶을 살아간다. 영두는 힘들지만 차분하게 과거를 돌아보고 어른이 되면서 시간과 생각을 덧대 극복해 나간다. 영두가 참 부럽고 멋지다.
하숙집 할머니 캐릭터도 좋았다. 일제 강점기 시대의 친일파, 독립운동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그 힘든 시대를 살았던 있을 젊은 여성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역사적 사건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또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최근 읽은 <연을 쫓는 이야기>, <울분>, <소년이 온다>에서 계속 이어지는 생각이다. 평범한 인간이 역사적 사건에 영향을 받아 결코 평범한 삶을 살 수 없는 이야기들. 소설가들은 이런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어떤 사명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소설속에서 한 인물의 삶을 돌아보며 역사적 사건을 다시 기억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냥 흘려보내면 안 될 이야기들, 기억해야 할 그들의 삶. 소설을 읽어야 할 또 하나의 이유.
다만, 주인공이 아닌 주변 인물들은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어 아쉽다. 특히 계속 나쁘기만한 ‘리사’라는 주인공의 친구(?)는 공감이 가지 않는다. 사람이 쉽게 변하지는 않겠지만.
391쪽
리사는 언제나 낙원하숙에서 혼자이기를 원했고 들끓는 자기 상념의 세계에 갇혀 있었다. 타인은 오로지 자기를 세상에서 분리해 내기 위해서만 필요했다. 자신과 다르게 가난하고 무지하고 너무 많이 웃으며 돈 문제에 허술하고 수준이 떨어지는 인간들. 리사의 마음속에 들끓고 있는 미움이 그 당시에 늘 느껴졌다.
우리의 한켠에는 리사의 마음속에 들끓고 있는 미움이 없지는 않겠지? 뜨끔했다.
그리고 소설을 읽으며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사람에 대한 신뢰였다.
113쪽
“때로는 믿어야 살 수 있어서 누군가를 믿게 된다고,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220쪽
나는 누구를 믿을 힘이 없었다. 살기 위해서 누군가를 믿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던 나는 이제 없었다.
어느 책에서인가 읽었는데,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당연히 진실을 말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한다. 내가 아주 양심적이거나 진실된 인간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양심이 있고 진실을 이야기한다고 믿는다. 가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난다. 그런 사람을 만날 때는 나도 영두처럼 누구를 믿을 힘이 없어지고는 한다. 누구나 그런 시절이 찾아왔다가 또 그 시절이 지나가면 살기 위해 사람을 믿게 된다. 그런 것이 삶이라고 이야기하는 작가의 생각이 공감이 간다.
마지막으로 실존하는 창경궁의 대온실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도 재밌었고, 군데 군데 나오는 건축용어, 문화재 전문용어들도 생소하지만 재밌었다. 짧은 이야기가 아니었지만, 스르륵 쉽게 책장을 넘기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봄이 오면 창경궁 대온실에 나들이를 가봐야겠다. 대온실 안에서 건축소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하고 있을 것만 같다.
인물들을 묘사할 때 언급된 새들
인터넷으로 열심히 탐조했다. 새들의 실물을 보고 나니 그 인물들이 더욱 명확하게 그려졌다. 새삼 우리나라 새들이 이렇게 멋지고 다양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여러 방면으로 관심이 많아서 이야기가 풍부해졌다.
https://m.terms.naver.com/entry.naver?docId=1156672&cid=40942&categoryId=32608
흰죽지수리
매목 수리과의 조류. 몸길이 71∼84cm이다. 겨울깃은 어두운 갈색이고 옅은 얼룩무늬가 있으며, 정수리와 윗목은 검은빛이 도는 짙은 갈색이다. 어깨와 날개 앞부분에는 흰색 얼룩무늬가 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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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terms.naver.com/entry.naver?docId=986850&cid=46681&categoryId=46681
어치
[특징] [형태] 머리와 목은 적갈색이고 검은색의 턱선이 있다. 윗면은 어두운 회색이고 허리는 흰색이며 꼬리는 검은색이다. 가슴은 적갈색이고 배는 잿빛 적갈색이며, 아래꼬리덮깃은 흰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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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줄박이
참새목 박새과의 텃새. [개설] 참새 크기의 소형 조류이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번식하고 서식하는 아주 흔한 텃새이다. 다만, 백두산과 개마고원 등 북부의 고산지대에는 확인되지 않는다.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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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terms.naver.com/entry.naver?docId=1114905&cid=40942&categoryId=32596
쇠기러기
기러기목 오리과의 조류. 몸길이 약 75cm이다. 몸 빛깔은 보통 회갈색인데 몸통 앞쪽이 등쪽보다 연하고 이마의 흰색무늬와 분홍색 부리, 오렌지색 다리, 배쪽의 불규칙한 가로무늬 등이 특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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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terms.naver.com/entry.naver?docId=1156596&cid=40942&categoryId=32608
흰꼬리수리
매목 수리과에 딸린 조류. 1973년 4월 12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몸길이 80∼94cm이다. 크고 육중한 수리이다. 성조는 황갈색에서 담황갈색의 머리와 목, 백색 꽁지를 제외하고는 균일한 갈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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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terms.naver.com/entry.naver?docId=3652927&cid=55617&categoryId=55617
벌새
빠른 날갯짓으로 날아다니며 꽃의 꿀을 먹는 벌새 내레이션: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 벌새. 벌새는 새 중에서 크기가 가장 작아요. 다 자라도 몸 길이가 5센티미터밖에 안 된대요. 나중에 커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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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와 단상
94쪽
그때 나는 노인들의 눈에는 아주 진득한 감정이 들어있다고 느꼈다. 단일하고 명징한 진심 같은 것.
단상) 내가 언어로 정리해보지 않았고 미처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읽어서 좋았다.
156쪽
나는 좋은 부분을 오려내 남기지 못하고 어떤 시절을 통째로 버리고 싶어하는 마음들을 이해한다. 소중한 시절을 불행에게 다 내주고 그 시절을 연상시키는 그리움과 죽도록 싸워야 하는 사람들을.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그 무거운 무력감과 섀도 복싱해야 하는 이들을. 마치 생명이 있는 어떤 것의 목을 조르듯 내 마음이라는 것, 사랑이라는 것을 천천히 죽이며 진행되는 상실을, 걔를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이 가르쳐주었다.
단상) 첫 이별을 어떻게 몇 문장안에 담을 수 있을까? 작가의 이 몇 문장 만으로도 첫 이별이 쭉 환기된다.
179쪽
우리 곁에 균열이 나지 않은 어른은 없다. 그러니 불안하지 않은 아이도 없다. 지금 목격하는 저 사람의 풍랑이 자신의 것이 될까 긴장했고 그러면서도 결국 자기를 둘러싼 어른들이 세파에 휩쓸려 사라질까봐 두려웠다.
223 쪽
“다 우리 아이들입니다. 그러니 뭐가 어떻게 되더라도 진실은 밝혀줘야죠. 그게 어른이 할 일 아닙니까?”
224쪽
“다 해결되었어요.”
단상) 영두가 포기하고 돌아선 것이 아니라 그 때는 할머니가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주려고 노력했으니까 영두도 다 끝났고 자기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실상은 괜찮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318 쪽
“그럼 하느님이 칭찬하셔?”
“침묵하시지. 기도는 답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다리기 위해 하는 거니까.”
358 쪽
최대한 숨죽여 우는 마리코의 울음은 울음이라기보다는 자기 신체에 가장 안쪽으로 슬픔과 공포 그리고 분노를 어떻게든 눌러 넣으려는 몸부림에 가까웠다.
단상) 말도 안되게 잔인한 인간을 역사속에서 맞딱뜨려야만 하는 개인.
375 쪽
이미 시간이 지났으니 그건 정말 애들 때 일어난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받아들여야 하나 싶기도 했다. 그렇게 힘들었는데 그걸 붙들고 있는 건 결국 나뿐이었던가 하고.
독서의 순간들
후루룩(?) 금방 읽어서 그런지 사진이 두 장 밖에 없다.

티니핑 도감 보면서 세상 심각한 딸냄이랑도 같이 읽었다. 요새 내 책 읽고 싶어서 딸 책은 안 읽어주고 있다. 자꾸만 혼자 읽으라고 하는 매정한 어미. 티니핑과 비행기 책만 백번 읽는 딸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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