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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30일 매일 읽기

온몸으로 느끼는 몸의 자유(<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을 읽고)

by 봄날곰 2025.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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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김원영 지음


 한 줄 감상
스스로의 몸을 들여다보고 인정하며 느끼는 자유에 대해 생각한다.
 
작가 정보 (출처 - chatGPT)
김원영은 변호사, 작가, 무용수로 활동하는 인물이다. 장애, 예술, 법, 평등에 대한 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사유하고 표현한다.


🧑‍⚖️ 법조인으로서의 경력

김원영은 골형성부전증으로 인해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으며, 휠체어를 사용한다. 초등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이수한 후, 특수학교 중학부와 일반 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였다. 이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수료하고,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법률가로 근무하였다.


✍️ 작가로서의 활동

그는 장애와 사회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대표 저서로는 『실격당한 자들의 변론』,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등이 있다. 그의 글은 개인의 신체성과 사회적 조건, 권리와 차별, 존재와 욕망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 무용수로서의 활동

2013년부터 무대에 오르기 시작하여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다. 휠체어를 포함한 자신의 신체를 예술의 매체로 삼아,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전환시키는 작업을 수행한다. 무용을 통해 감각적이고 상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며, 관객과의 직관적인 소통을 시도한다.
 
독서 후 느낀 점 (스포주의)


처음에 이 책을 펼쳐 들었을 때는 솔직히 장애인의 입장에서 비장애인의 무지와 배려 없음에 대한 질타에 대한 이야기일까 봐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책을 읽을수록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구도를 넘어서 자신의 몸을 다시금 바라보게 되고 남의 시선을 넘어서서 몸이 자유로워지게 되는 이야기라고 느꼈다. 


하반신을 사용하기 어려운 몸으로 멋진 무용수를 꿈꾸는 저자를 바라보며 내가 좋아하는 운동인 '수영'이 떠올랐다. 팔다리가 자유로운 내가 하는 운동과 저자가 하는 무용을 비교해서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수영'에 대입해 생각할수록 작가가 말하는 '무용'에 대한 애정과 몸을 사용하는 자유로움과 해방감에 대해 더 공감하게 되었다. 


저자가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무용은 시도조차 못해볼 분야인가? 비장애인도 진입하기 어려운 무용의 세계라고 해서 좋아하지도, 시도조차 못하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내가 이렇게도 수영을 좋아하는데 어느 날부터 예전처럼 몸을 쓰기 어려워졌다고 해서 그때부터 수영을 아예 포기해야만 하는가?
 

204쪽
‘극단 애인’은 그날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장애인 배우처럼 똑같이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저런 걸 못하겠지’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각자의 방식으로 그것을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했다. 대사를 줄이되 다른 감각과 움직임을 활용하고. 장애 배우의 표현을 통해 더 깊은 사유와 정서를 전달하는 방식도 있을 거라고 믿었다.

 
수영할 때, 최소한의 옷만 입고 화장이나 머리모양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누가 보든지 상관없이 오직 내 몸에만 집중해서 몸을 움직이는데서 오는 자유로움이 좋다. 몸을 보는 혐오와 수치심을 넘어 물속에서의 느끼는 자유로움을 어떤 형태로든지 나도 계속 느끼고 싶을 것이다. 저자도 '무용'을 하며 자신의 몸을 사용하면서 만끽하는 이 자유로움을 몇 번이고 느꼈을 것이다. 
 

97쪽
포획하고 매매하고 조롱하고 착취하고 혐오하고 동정하고 욕망하는 시선 앞에서 기묘하고 창조적으로 예상치 못한 어떤 순간을 만들어낼 때. 즉 도저히 포획 매매, 조롱 착취, 혐오 동정, 욕망할 수만은 없는 어떤 몸으로서 그것이 발견될 때 우리 모두는 이전까지 상상한 적 없는 세상을 향한 문을 연다 바라보는 사람과 바라봄을 당하는 사람은 이전까지와 전혀 다른 관계로 진입한다.

 
덕질의 일가견이 있는 나로서는 저자의 무용에 대한 애정과 하고 싶은 열정이 너무나도 이해가 된다. 무용가와 무용의 주요 역사에 대해 설명한 부분도 재밌었다. 심지어 대학 때 과제를 하면서 러시아 발레에 빠졌을 때가 있었는데, 이 책에 여러 무용가와 러시아 무용을 소개하는 부분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다. 안나 파블로바, 니진스키를 오랜만에 다시 만나서 좋았고 내가 몰랐던 러시아 무용수들의 애환에 대해 알게 되었다. 누군가에겐 무용가나 무용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자칫 지루할 수 있겠으나 저자의 무용에 대한 애정이 단지 가벼운 취미생활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무용 이야기와 함께 장애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세계에 대해서도 조금 눈뜨게 되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내 머릿속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생각을 들어서 흥미롭다. 그런데 단지 머릿속의 생각만이 아니라 몸을 완전히 다르게 쓰며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니 내가 보는 세계가 다른 각도에서 조금 더 확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을 전혀 다르게 사용함으로써 우리는 세상을 낯설고 다르게 보게 된다는 사실이 새삼 크게 느껴졌다.
 

180쪽
하지만 서울 지하철 4호선으로 출근하는 당신 앞에 장애인 시위대가 기어서 지하철에 탑승하고 그것 때문에 회사에 지각했다면 이것은 사건이 된다. 당신은 지하철을 타도 지각할 가능성이 있는 세상에서 살게 된 것이며, 일상에서 직접 본 적이 없는 장애인의 신체가 바로 그 원인이 될 수 있는 세상에 살게 된 것이다.

 
내가 보는 작은 세계에서 확장해서 다른 사람이 보는 세계까지 조금이라도 넓게 보고 이해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굳이 생각하지 않더라도 남(장애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에 대한 '배려'라는 절로 마음이 생겨 나지 않을까?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접근성'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센스가 생겨날 것이다. 
 

299쪽
접근성을 높인다는 건 애초에 너무 다양한 사례와 존재의 관련. 한 실천이므로 일련의 규칙도 체계적인 논리나 이념의 목표가 되기 어렵다. 오히려 반대다. 접근성은 우리가 어떤 압도적인 이념에 매혹될 때 우리가 자칫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구성원이나 다양한 맥락에 대해 문을 닫고 자아도취적 황홀경에 빠져 어딘가로 떠밀려 갈 때 우리를 붙잡는 닻이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몸에 갇혀, 보는 세계가 제한된 채로 살아간다. 저자의 말처럼,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그 작은 세계에서만 살아가지말고 남들의 세계와 자꾸 교류하고 같이 잘 살 수 있도록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야겠다.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세계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만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런 책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275쪽
우리가 경이로운 우정, 경이로운 사랑, 경이로운 춤, 경이로운 정치적 순간을 경험할 때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로 우리의 몸과 정신은 고양되고 지루하고 공허한 삶에 예상치 못한 의미가 들어선다. 그 순간 우리 개개인은 협소한 자아를 초월해 더 큰 세상의 일원이 되는 어딘가 저절로 존재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런 준비 훈련, 누군가의 도움과 교류 연마의 과정 없이 어느 영역에서든 자기 혼자 황홀경에 취하면 그 세상은 진실과 거리가 멀뿐 아니라 그저 꼴 사나울 수 있다.

 
독서의 순간들

요즘 사진 찍는데 격조한 나날 들 이었다. 딸내미랑 같이 읽고 (아니 따로?!)

집 대청소 후에 산뜻한 마음으로 거실에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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