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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30일 매일 읽기

우리는 왜 ‘이런 이야기’까지 들어야 할까 (시그리드 누네즈의<그해 봄의 불확실성>(2025)를 읽고)

by 봄날곰 2026.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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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봄의 불확실성/ 시그리드 누네즈 장편소설/민승남 옮김/열린 책들/2025


한 줄 감상

작고 연약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들어야 할 이유

작가 정보

pioneer works: Sigrid Nunez Is Always Lying ❘ Broadcast


🔹 기본 정보

  • 출생: 1951년, 미국 뉴욕
  • 출신 배경: 독일계 아버지, 파나마계 어머니
  • 직업: 소설가, 에세이스트, 문학 강사
  • 여러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쳤고, 문학 강연도 활발히 함


🔹 대표 작품

  1. The Friend (2018)
    • 한국어판 제목: 《친구》
    • 한 여성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친구의 거대한 개를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 상실, 애도, 글쓰기의 의미를 탐구
    • 2018년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 수상작
  2. What Are You Going Through (2020)
    • 한국어판 제목: 《당신은 지금 무엇을 겪고 있나요》
    • 죽음을 앞둔 친구의 부탁을 둘러싼 이야기
    • 안락사, 존엄, 우정, 동행의 의미를 다룸
  3. Sempre Susan (2011)
    • 작가가 젊은 시절 함께 살았던 작가 **Susan Sontag**에 대한 회고록
    • 손택과의 관계를 통해 문학과 지성의 세계를 보여줌


🔹 작품 특징

  •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차분하고 절제된 문체
  • 이야기 속에 철학적 사유와 문학적 인용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음
  • 플롯 중심보다는 내면 독백과 관계의 윤리성에 집중
  •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소설


🔹 이런 독자에게 추천

  • 화려한 사건보다 인물의 내면과 사유를 좋아하는 사람
  • 상실과 애도에 대한 성숙한 이야기를 찾는 사람
  • 에세이와 소설의 경계가 흐릿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독자

 

참고할 만한 작가의 인터뷰

시그리드 누녜스는 항상 거짓말을 한다 | 방송

Sigrid Nunez Is Always Lying | Broadcast

Jordan Kisner talks with the author about animals, Virginia Woolf, and how she found her voice.

pioneerworks.org


 

독서 후 생각들

1.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

삶은 우리가 산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기억하는 것, 우리가 이야기하기 위해 기억하는 것이다.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이 책, 솔직히 재미는 없다. <그해 봄의 불확실성>을 읽고 처음 든 생각은 ‘뭐지? 이렇게 끝난다고?’였다. 이 이야기는 놀랍게도 에세이가 아니라 소설이었는데, 이야기 속에 흥미진진한 서사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글 속 화자의 배경이 작가의 배경과 아주 비슷해서 당연히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중구난방으로 떠오르는 질문에 대한 단상이 이어지는 구조 역시 에세이처럼 느껴진다.

평소에는 문장 하나하나에 탐복하며 그 문장에 대해 오래 생각하는 편인데, 이 책은 특별히 발췌하거나 기록하고 싶은 문장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책을 덮은 뒤에도 작가가 던진 질문들이 계속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왜 했을까?

팬데믹 시대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없지는 않지만, 매우 개인적인 일상의 이야기들이 많아 사회 전체를 담아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를 바라보는 깊은 사유에 감화되는 작품이라고 말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의미가 크든 작든,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자주 하고, 또 들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 속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2. 위기의 시대에 ‘취약한 존재들’의 이야기

이 책의 원제는 The Vulnerables이다. ‘취약한 사람들’, 혹은 ‘상처받기 쉬운 존재들’이라는 뜻이다. 원제를 알고 나니, 이 작품이 말하려는 바가 조금 더 선명해진다. 개인적으로는 번역 제목보다 원제를 그대로 사용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 속 인물들의 생각은 유난히 연약하고 불안하게 느껴진다. 예민하고 섬세하며, 때로는 우울한 감정이 이어지는 아주 개인적인 일상의 기록이다. 인간은 본래도 취약한 존재이지만, 팬데믹과 같은 위기 속에서는 더욱 쉽게 흔들린다. 작가는 바로 그러한 상태에 놓인 사람들의 생각을 따라간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누군가에게는 답답하고 쓸모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내면을 정확하게 비춰주는 이야기로 읽힐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가 작은 위로가 된다면,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3. 위기의 시대, 누가 더 취약한가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팬데믹 시대에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노인, 아이, 의료진의 모습도 있다. 그러나 작가가 더 집중해서 바라보는 대상은 조금 다르다.
정신적으로 불안한 지식인, 즉 작가 자신과도 닮아 있는 인물, 그리고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젊은이들, 나아가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이다. 이러한 설정은 독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공감의 대상이 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선 역시 하나의 이야기로 존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노인, 빈곤층, 의료진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많이 들어왔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말하는 또 다른 ‘취약한 존재들’의 이야기도 함께 듣는 일이 중요하지 않을까.

행복과 불행은 단순히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정신적인 고통 속에서 고립되는 상황 역시 결코 가볍지 않은 위기다.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의 위기 또한 인간의 위기보다 작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야기는 다양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가능하다면 더 작고 연약한 이야기에도 자주 귀 기울이고, 쉽게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만든다.

독서 기록


니니랑 도서관에서 읽기 시작했다.


깨끗해진 책상에서 읽고


침대에서 읽고 (침대보와 책이 색깔맞춤이다)


니니 재우기 전에도 읽었다.


요즘 다시 쓰고있는 문장카드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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