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밤/ 루리 글, 그림/ 문학동네/2021

한 줄 감상
긴긴밤을 견디어야 하는 이유를 찾아서
작가 정보 (루리)
본명을 비롯한 개인 정보를 작가가 밝히길 원하는 것 같지 않다. 다만, <긴긴밤>을 읽으며 작가가 인생을 통달한 원숙한 나이일 줄 알았는데 인터뷰 사진을 보니 생각보다 젊은것 같아 놀랐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 그녀가 쓴 글과 그린 그림은 어떻게 그렇게나 찰떡같이 맞닿아 있는지 놀랍다. 그녀의 글도 그림도 항상 신작이 나올 때마다 기대가 된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긴긴밤』 루리 작가 인터뷰 | 예스24 채널예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긴긴밤』 루리 작가 인터뷰 | 예스24 채널예스
세대를 막론하고 모두를 울린 감동적인 이야기의 힘, 코뿔소와 펭귄의 작지만 위대한 사랑의 연대를 그려 많은 독자들의 사랑과 지지를 얻어 왔다. 출간 이래로 줄곧 어린이 분야 베스트셀러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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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리 작품 연대순 정리
1️⃣ 2020 —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
→ 함께 떠나지만 끝내 도착하지 못하는 존재들의 여정을 통해 연대와 꿈의 의미를 묻는 이야기.
🏆 제26회 황금도깨비상(그림책 부문) 대상
2️⃣ 2021 — 《긴긴밤》
→ 마지막 코뿔소와 작은 펭귄이 서로를 의지하며 긴 밤을 건너는 상실과 생명의 이야기.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3️⃣ 2023 — 《메피스토》
→ ‘엄마’가 되는 존재의 복잡한 감정과 관계의 깊이를 섬세하게 그린 작품.
4️⃣ 2025 — 《나나 올리브에게》
→ 상처 입은 이들이 기억과 약속을 통해 다시 삶을 회복해 가는 이야기.
독서 후 생각들
내가 나로 살아가야한다는 것
<긴긴밤>의 큰 이야기 줄기는 노든이라는 코뿔소가 코뿔소가 되어가고 아기 펭귄이 진정한 펭귄이 되어가는 이야기다. 코뿔소가 코뿔소로 살고 펭귄이 펭귄으로서 살아나가는게 뭐가 그렇게 어려울까 싶지만 우리가 나를 지키며 나로서 살아가는 것이 어렵듯이 모두가 그럴 것이다.
노든이 코끼리 고아원에서 사는 시절은 평탄하다. 갈등없이 남들과 최대한 비슷하게 살아가는 삶은 평화롭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러한 평화를 견디지 못하고 자신을 찾기위해 광야로 뛰어나오는 걸까? 노든처럼 말이다. 내가 나로서 산다는 것이 참 힘들지만 우리는 우리로서 삶을 살아내야 만족을 하고야 마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가 겹쳐보이기도 했다.
내가 나로서 산다는 것 ( 존 윌리엄스의 《 스토너 》 (1965)를 읽고)
내가 나로서 산다는 것 ( 존 윌리엄스의 《 스토너 》 (1965)를 읽고)
스토너 / 존 윌리엄스 저 / 이승욱 역 / 알에이치코리아 / 1965스토너 초판본 - 예스24 스토너 초판본 - 예스24전 세계 수많은 문학 애호가들의 인생 소설로 손꼽히는 명작 『스토너』가 1965년 미국
ssohee07.tistory.com
우리는 가끔 본연의 모습과 상관없이 남의 기대 대로 살아갈 때가 있다. 아기 펭귄처럼 노든을 너무 사랑해서 펭귄이 아니라 코뿔소로 살고자 마음을 먹을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기 자신 이외에 그 무엇이 될 수 없다.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스스로를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과제이자 만족 아닐까?
22쪽
혼자서는 코뿔소가 될 수 없다 노든이 코끼리로 살 수 있었던 것은 코끼리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코뿔소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코뿔소들이 있어야만 했다. 다른 코뿔소들은 멀리서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노든을 코뿔소답게 만들었다.
99쪽
누구든 너를 좋아하게 되면 니가 누구인지 알아 볼 수 있어. 아마 처음엔 호기심으로 너를 관찰 하겠지. 하지만 점점 너를 좋아하게 되어서 너를 눈여겨 보게 되고 니가 가까이 있을 때는 어떤 냄새가 나는지 알게 될 거고 니가 걸을 때는 어떤 소리가 나는지에도 귀기울이게 될 거야. 그게 바로 너야.
115쪽
그럼 나 그냥 코뿔소로 살게요. 노든이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 바위 코뿔소니까 내가 같이 흰바위 코뿔소가 되어 주면 되잖아요.
긴긴밤은 누구에게나 온다. 긴긴밤을 어떻게 잘 흘려보내야 할까?
이 책이 어린이 문학상을 받기는 했지만 어른들이 더욱 깊이 이해하고 감화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어린이들이 읽었을 때는 힘든 과정을 지나 마침내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멋진 동물들의 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이야기도 있지만 이 이야기의 정수는 제목이 이야기해 주듯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우리의 <긴긴밤>의 견딤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선택하든 하지 않든 '긴긴밤'은 언제나 누구에게든 찾아간다. 내일이 전혀 기대되지 않고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힘겨운 나날들이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속에서 스스로 자책하고 후회하기도 하고 남을 미워하고 또 남을 미워하는 나를 미워한다. 자려고 누워있으면 온 하늘이 나를 짓누르는 것만 같다. 이 긴긴밤은 도대체 끝나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하루하루 견디다 보면 어느샌가 그냥 아침이 찾아와 있다. 긴긴밤을 몇 번 통과해 본 어른들은 안다. 아침은 오고 말고, 긴 밤은 흘려가기 마련이다.
18쪽
훌륭한 코끼리는 후회를 많이 하지. 덕분에 다음 날은 전날 보다 더 나은 코끼리가 될 수 있는 거야.
26쪽
밤보다 길고 어두운 암흑이 찾아왔다.
48쪽
아내도 딸도 앙가부도 노든에게 소중했던 코뿔소는 모두 떠나버렸다. 혼자인 것은 무서웠다. 너무 무서워서 다 잊어버리고 싶었다.
57쪽
노든은 악몽을 꿀까봐 무서워서 잠들지 못 하는 날은 밤 이 더 길어 진다고 말하곤 했다. 이후로도 그들에게는 긴긴밤이 계속 되었다.
87쪽
죽는 것보다 무서운 것도 있어. 나는 뿔이 간질간질할 때 그 기분을 나눌 코뿔소가 없어. 너는 매일 아침 눈을 뜰때마다 오늘은 바다를 찾을 수 있을지 다른 펭귄들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가 되겠지만, 나는 그런 기대 없이 매일 아침 눈을 떠.
긴긴밤을 견디어 왜 살아야 할까?
긴 밤을 견디고 난 뒤에 우리에게 남은 것이 없다. 소중한 것을 잃었을 것이고 스스로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살아야 할까? 왜 밤이 지나가길 견디어야 하는 걸까? 그리고 어떻게 그 밤들을 견딜 수 있을까?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누군가와 함께였던 노든은 끊임없이 소중한 것들을 잃는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또 함께할 누군가가 찾아온다. 자신을 위해 마음을 써주는 이들이 생긴다. 자신이 마음을 써 줄 이들이 생긴다. 서로는 서로에게 필요하다.
나를 위해 애써준 그들을 위해 , 내가 애쓰고 지켜야 할 그들을 위해 나는 살아가야 한다. 서로의 긴긴밤에 큰 힘이 되지 못할지언정 함께 있어주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안다. 이 긴긴밤은 영원하지 않다. 이 밤은 결국 다 흘러가고 아침은 다시 올 것이다.
12쪽
눈이 보이지 않으면 눈이 보이는 코끼리 와 살을 맞대고 걸으면 되고 다리가 불편하면 다리가 튼튼한 코끼리에게 기대서 걸으면 돼. 같이 있으면 그런 건 큰 문제가 아니야.
46쪽
하지만 치코가 걱정을 시작 하면 윔보가 희망적인 얘기를 해 주고 윔보가 걱정을 시작하면 치코가 희망적인 얘기를 해주기 때문에 둘은 괜찮을 수 있었다. 하루하루가 치코와윔보에게는 값진 날들이었다.
67쪽
아빠가 되는 건 어렵지 쉬면서 어렵지 나도 곧 아빠가 될텐데 그래도 니가 있어서 다행이다.
88쪽
생각해 보면 나는 원래 불행한 코뿔소인데 제멋대로인 펭귄이 한 마리 씩 곁에 있어 줘서 내가 불행하다는 걸 겨우 잊고 사나 봐. 아까는 미안 안했다. 자, 이리 와 안아줄게.
94쪽
그치만 나한테는 노든 밖에 없단말이에요. 나도 그래.
독서 기록
나의 사진들을 보니 대충 찍는 것이 콘셉트인가 보다. 어쩔 수가 없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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