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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30일 매일 읽기

《바베트의 만찬》이 말하는 삶의 태도 (허무, 은총, 그리고 베풂) (이자크 디넨센의 《바베트의 만찬》 (2024)을 읽고)

by 봄날곰 2026.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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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베트의 만찬/이자크 디넨센/추미옥옮김/문학동네/2024


책 설명
문학동네에서 2024년 발행한 이자크 디네센의 단편소설 선집. 바베트의 만찬/ 템페스트/ 불멸의 이야기/ 진주 조개잡이/ 반지가 실려있다. 1958년 발행된 <겨울이야기>에서 진주 조개잡이 이야기를 제외한  바베트의 만찬/ 템페스트/ 불멸의 이야기/ 반지를 옮겨왔다.

작가 정보
카렌 블릭센(1885–1962)
사랑과 삶의 상실을 겪은 뒤, ‘이야기와 예술’을 통해 인간과 삶의 본질을 탐구한 작가

Karen Blixen Print: Isak Dinesen Smokes a Cigarette. Art Prints, Posters &amp; Puzzles from Fine Art Storehouse

 
본명은 카렌 블릭센, 필명은 알려진 대로 이자크 디넨센.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였다.

덴마크의 부유한 귀족가문 출신. 매독으로 인한 아버지의 자살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후에 작가 자신도 남편으로 인해 매독에 걸리게 된다. 생의 마지막도 매독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인해 맞이하게 되었다. 

영화 OUT OF AFRICA의 원작자로 유명하며 그녀 자신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케냐에서 남편과 함께 커피농장을 운영했으나 결혼 생활도 사업도 쉽지 않았다. 아프리카에서 만나게 된 또 다른 연인도 비행기 사고로 잃는다. 사람과 삶의 상실을 겪게 된다. 

노년에 덴마크로 돌아와 요리를 할까, 글을 쓸까 고민하다가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정작 고국인 덴마크에서는 살아생전 빛을 보지 못했지만 미국에서 책을 출판하여 큰 성공을 거둔다. 헤밍웨이와 함께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다. 대표작으로 《아웃 오브 아프리카》,《일곱 개의 고딕 이야기》 , 《겨울 이야기》 (바베트의 만찬 수록)가 있다.


독서 후 생각들

1. 삶은 허무하지만 베푼 것은 남는다

《바베트의 만찬》은 결국 무엇이 인생에 남는지 묻는 이야기다. 이 책은 북유럽 할머니가 들려주는 환상적인 겨울 동화처럼 참 쉽게 잘 읽힌다. 그런데 작가가 생각하는 삶의 정수와 태도들에 대해 곱씹다 보면 쉽게 흘려보내버릴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이야기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삶의 허무를 이야기한다.《바베트의 만찬》의 장군, 성악가나 《 템페스트 》의 연극 연출가 쇠렌센은 젊어서 성공을 맛본다. 명성과 영광을 아는 자들이 자꾸만 명성과 영광은 인생에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작가의 생애를 생각해 보면 덴마크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결혼하여 아프리카에서 농장을 경영하면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고 노년에 이르러 인생을 반추하는 점이 등장인물들과 닮았다. 남들이 보기에 화려했던 삶은, 정작 본인에게는 허무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인생에서 끝까지 남는 것은 무엇일까? 이야기를 통해 그녀는 남에게 베푸는 것이 결국 남는다고 말한다남에게 베풀면서 내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18쪽
명성이란 게 뭐겠소? 영광이 또 뭐겠소? 무덤이 우리 모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33쪽
하지만 세상이 도덕이 아닌 알 수 없는 신비로운 힘에 이끌려 움직이는 것처럼 생각될 때가 있었다. 그는 거울 앞에 서서 자기 가슴의 훈장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을 했다. “헛되다, 헛되다, 모든 것이 헛되다!

38쪽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지고 가는 것은 오로지 우리가 이 세상에서 베푼 것일지니!”

87쪽
“아가야, 가장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는 것이 가진 사람의 기쁨이란다.”
 
2. 은총은 받아들이고 예술로 표현하여 세상에 베푸는 것이다

《바베트의 만찬》 에서 바베트는 복권에 당첨된 10,000프랑을 하루 저녁의 만찬으로 소비한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코뮌혁명이 일어난 시대의 10,000프랑은 현재가치로 2억 원이 넘는 금액으로 추산된다. 억대의 금액을 하룻밤의 만찬으로 이웃과 자신을 도와준 자매에게 베푸는 바베트는 무슨 생각일까?

작가가 생각하는 베풂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남에게 가진 돈과 시간을 준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바베트의 만찬은 타인을 위한 베풂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한 예술가가 자신의 본질을 끝까지 실현한 순간이다.

바베트는 요리에 대한 예술혼을 불태워 다른 사람을 위한 만찬을 준비하며 보람을 느낀다. 《 템페스트 》 의 쇠렌센은 어떤가? 연극 연출가로 성공하여 많은 돈을 벌었다. 그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 않는다. 번 돈으로 만들고 싶었던 연극을 하기 위해 다시 길을 떠난다. 이야기 속 배우 ‘말리’도 풍족한 결혼 생활을 앞두었지만 모든 것을 마다하고 배우로서의 자기 길을 위해 또다시 길을 떠난다.
자신들의 갈망과 열정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면 그 예술을 보고 듣고 느끼는 주위사람들이 베풂을 받는다.

작가가 말하는 베푸는 삶이란 자신에게 주어진 것으로 예술적 경지에 이르러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은 재능, 돈, 시간 등 모든 은총을 아우르는 것이다. 작가 자신은 글을 쓰는 것이 세상에 베푸는 일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39쪽
“우리는 인생의 중대한 선택을 할 때 떨고, 선택을 하고 나서도 잘못한 것이 아닐까 두려워 다시 한번 떱니다. 하지만 우리의 눈이 번쩍 뜨이는 순간이 있습니다. 은총이 무한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입니다. 여러분, 은총은 우리가 그것을 믿고 기다리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만을 바랍니다. 형제 여러분, 은총은 조건을 달거나 어느 누구를 특별히 선택하지도 않습니다. 은총은 우리 모두를 품에 안으며 죄를 용서합니다.

46쪽
‘예술가로서 최선을 다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거나, 최선을 다하지 않고도 박수를 받는 일만큼 참을 수 없는 것은 없다’고요. 또 말씀하셨죠. ‘예술가가 세상을 향해 부르짖는 것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나를 내버려두라는 외침뿐이다.’

50쪽
하늘이 어여삐 봐준 것이라 여긴 그는 뭔가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02쪽
그리고 말리, 삶에서는 손익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
 
3. 성공한 사람이란 행복하고 만족한 사람이다

이 책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알려주기보다,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다. 《진주조개잡이》 에서 작가의 삶에 대한 태도가 특히 잘 드러난다. 남들이 이야기하는 돈, 시간, 명성, 영광은 의미가 없다. 희망을 갖지 말고 위험을 생각하지도 말라. 누군가가 만든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하지 말고 그냥 자신의 인생을 살아라.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면서 인생을 통달한 70대 할머니의 조언을 어찌 모두 이해할 수 있을까? 다만, 작은 일에 불안해하며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말이 위로가 된다. 정말 좋아하는 일에 돈과 시간을 아끼지 말고 열정을 불태워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말이 힘이 된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에 나를 맞추기보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막연한 불안감만 있었다. 그런데 이 덴마크의 이야기꾼 할머니가 주는 위로와 용기로 인해 미래에 대해 조금씩 기대감이 생긴다. 이 책은 정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는지를 조용히 묻는다.

184쪽
그는 잠수부 중에서 제일 용감하며 기이하리만치 운이 좋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잠수부들은 그를 엘나즈레드라고 불렀는데, 그곳 말로 ‘성공한 사람’ 또는 ‘행복하고 만족한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189쪽
자기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항상 불안해하고, 오르막길이나 내리막길에 울고 웃는 인간에게 진정한 안식이 있을까요? 희망과 위험에 집착하는 존재가 어떻게 평정을 얻을 수 있을까요?

188쪽
경험을 통해 배운 바로는, 우리는 희망 없이도 잘 헤엄칠 수 있어요. 훨씬 더 잘 헤엄칠 수도 있죠. 당신네도 언젠가는 알게 될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모든 희망을 버린다는 신조를 따르고 있어요.
우리에게 위험이란 없어요. 우리는 이동하면서 인간이 말하는 길이란 것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죠. 길이라는 현상을 두고—사실 환상이라는 말이 더 정확하지만—인간은 끝없이 고민하며 시간을 낭비하죠.

결국 인간은 시간이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겁을 먹고 과거와 미래 사이를 헤매다 균형을 잃고 말아요

독서 기록

이 책은 스타벅스에서만 읽었나 봐 🤗


 
 
덧 1) 

영화《바베트의 만찬》 (Babette’s Feast)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1987년 개봉했으며 감독은 가브리엘 악셀.

덴마크 영화 최초의 아마데미 수상작 -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 (1988)

원작의 절제된 분위기와 화려한 만찬을 잘 보여주어 명작으로 회자된다. 

Photo by Orion Classics/Photofest and Metrograph

 

덧 2 )

AI와 함께 만들어 본 바베트의 만찬

1. 거북이 수프 (Soupe à la Tortue)
→ 중앙의 깊은 수프
👉 만찬의 시작, 가장 상징적인 첫 코스
 2. 블리니 + 캐비어
→ 작은 팬케이크 위에 검은 캐비어
👉 “이게 뭐지?” 싶어 하는 마을 사람들의 순간
3. 카이유 앙 사르코파주 (메추라기 요리)
→ 접시에 고급스럽게 올라간 메인 요리
👉 이 만찬의 클라이맥스🔥
(푸아그라 + 트러플까지 표현)
 4. 샐러드 & 치즈
→ 옆쪽 플레이트
👉 프랑스식 코스 흐름 유지
5. 디저트 (바바 오 럼 느낌)
→  앞쪽 케이크
👉 마지막의 달콤한 마무리
6. 와인 & 샴페인
→ 병 + 잔 디테일
👉 사실 이게 분위기 완성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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