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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30일 매일 읽기

아버지의 해방일지/정지아 장편소설/ 창비

by 봄날곰 2024.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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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정지아 장편소설/ 창비

선택 동기
작년 부터 주위 독서인들이 많이 읽어서 화제의 책인 줄 알고 있었으나, 손이 안갔는데 늘 그렇듯 독서모임 책으로 지정되어 열심히 읽음.

한 줄 감상
다른 이의 사정이 궁금해지고 사람을 믿고 이해하고 싶게 만드는 책.

작가 정보
https://namu.wiki/w/%EC%A0%95%EC%A7%80%EC%95%84

정지아

대한민국의 작가. 1965년생. 전라남도 구례 에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namu.wiki

https://naver.me/5RtXOZK2

[스프] 유쾌하고 또 유쾌한 사람, 작가 정지아

힘 빼고 쓰니 대박 났어요 누구와 이야기를 하면서 허리가 꺾어지게 웃어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살아온 이력을 보니 진지한 사람일 듯했고 처음 봤을 때도 얼굴에 ‘난 진지한 사람입니다

n.news.naver.com


독서 기록 방법
notion 에 문장을 발췌하여 기록하면서 느낀점을 기록

좋았던 이유
(내가 책을 읽고 나서 좋은 이유에 대해서만 기록하는 것은 내가 비판적인 책읽기가 잘 안되고 모든 것을 좋게 받아들이는 문제도 분명 있지만, 싫은 책은 굳이 기록을 할 필요성을 못느끼기 때문이다. 아무도 안물어봤지만, 어쨋든 변명하자면)

이 책을 딱 덮고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엉뚱하게도 ‘나… 전라도 사투리 이제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였다. 경상도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서울말 보다 더 멀고 어색한 것은 전라도 사투리였는데, 전라도 말에 너무 친숙해져버렸다. 그리고 구례가 하동이랑 붙어서 있어서 그런가 사투리들이 경상남도 사투리와 분명 겹치는게 많이 있다. 이 것은 경상남도 네이티브인 나만 발견할 수 있는 포인트인 것 같아 뿌듯했다.
책의 본론으로 돌아와서 다시 살펴보면, 우선 이데올로기 시대를 조금이라도 들여다 보고 그들이 궁금해진 것이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다. 여순사건도 다시 찾아 보았다. 고등학교 다닐 때 분명 근현대사는 나름 잘했는데, 여순사건에 대해 제대로 들어본 기억이 없다. 시험문제로도 전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때만 해도 이념적인 사건은 축소, 왜곡이 있었다. 이야기 속 가족의 삶과 역사적 내용을 조금 찾아보면서 아직도 역사적 사건에서 영향을 받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생각하게 되었다. 솔직히 2030 세대 (나도 삼십대 후반이지만 어쨋든 2030이니까) 에게는 공산주의든 반공산주의든 역사책에서만 배웠지 먼이야기이다. 이 책으로 다시 한번 역사를 환기하고 알게된 부분이 있어 좋았다.
그리고 가장 좋았던 점은 요즘 나에게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사람에 대한 전적인 신뢰‘ 를 지향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요즘 주위 사람들은 어떻게든 손해를 안보려고 혈안이 되어있다. 나도 그렇고. 분명히 앞으로도 나쁜 사람도 만나고 이상한 사람도 만나겠지만 조금 손해보더라도 믿어보고 이해해보려 한다. 이야기 속 아버지처럼 사는 것이 결국에는, 마지막에는 분명 나쁘지 않은 인생이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찾아본 정보

유물론

https://namu.wiki/w/%EC%9C%A0%EB%AC%BC%EB%A1%A0

유물론

唯 物 論 / materialism 말 그대로 " 오직 물질 만이 있다. ", 혹은 "만물의 근원은 물질이다."

namu.wiki


여순사건
https://namu.wiki/w/%EC%97%AC%EC%88%98%C2%B7%EC%88%9C%EC%B2%9C%2010.19%20%EC%82%AC%EA%B1%B4

여수·순천 10.19 사건

1948년 10월 19일 여수에 주둔 중이었던 조선국방경비대 14연대 소속 장병들이 제주 4.3 사건 을

namu.wiki



발췌 및 단상

42쪽

그러게, 아버지의 사정은 아버지의 사정이고, 작은아버지의 사정은 작은아버지의 사정이지, 그러나 사람이란 누군가의 알 수 없는 사정을 들여다보려 애쓰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아버지는 그렇게 모르쇠로 딴 데만 보고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뭐 그런 생각도 드는 것이었다.

- 그렇지. 산다는 것. 누군가의 알 수 없는 사정을 들여다보려 애쓰는 것.

44쪽

밀란 쿤데라는 불멸을 꿈꾸는 것이 예술의 숙명이라고 했지만 내 아버지에게는 소멸을 담담하게 긍정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었고, 개인의 불멸이 아닌 역사의 진보가 소멸에 맞설 수 있는 인간의 유일한 무기였다.

57쪽

고 봐라, 가시내야. 믿고 살 만허제? 영정 속 아버지도 나를 비웃는 듯 했다. 아버지는 언제나 인간을 신뢰했다.

- 인간의 배신, 비정함 같은 모든 것을 다 봤을 이야기 속 아버지는 어떻게 인간을 믿을까? 아직 마흔도 안된 나도 인간의 모습에 환멸을 느낄 때가 많은데. 나도 사람을 믿고 사랑하고 싶은데.

100쪽

어머니는 우리 일 제쳐두고 남 일 우선인 걸 못마땅해했지만 나는 한갑자를 살고도 턱없이 사람을 믿는 순진함 - 솔직히 말하자면 어리석음- 이 더 못마땅했다.

138쪽

잘 죽었다고 침을 뱉을 수 있는 사람과 아버지는 어떻게 술을 마시며 살아온 것일까? 들을 수 없는 답이지만 나는 아버지의 대답을 알 것 같았다. 긍게 사램이제.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내가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아버지는 말했다. 긍게 사램이제. 사람이니 실수를 하고 사람이니 배신을 하고 사람이니 살인도 하고 사람이니 용서도 한다는 것이다.

- 사람이니까. 사람이니까. 난 언제 이해할 수 있을까?

192쪽

“나가 자네 속을 모리겄능가. 고맙네이. 참말 고맙네.”

- 고맙다고 진심을 다해 말하는 사이. 아니라고 해도 내 속을 다 알고 고맙다고 말해주는 사람. 요즘 나는 진심을 다해 고마워하지도 않지만, 진심을 다해 그 사람을 고맙게 만들지도 않는 무정한 사람.

204쪽

바위는 서늘하고 살구나무 늙은 잎사귀는 바람에 살랑이고 그틈으로 잔햇살이 너울거리고, 소설이나 읽다가 단잠에 빠져들기 딱 좋았다.

- 나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딸에게도 이런 순간들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다. 쫓기듯 살고 싶지 않고 순간을 천천히 즐기면서 살고 싶다.

205쪽

아버지가 해야 했던 것은 빨치산의 딸로 살게 해서 미안하다는 진정한 사과였다.

- 사람을 믿고 사랑하고 모든 것을 줘도 아쉽지 않은 사람. 그런데 이념 때문에 힘들었던 가족들 (딸, 작은아버지 등) 에게는 단한번도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념을 아직도 맞다고 믿고 있기 때문일까?

214쪽

나는 젊었고, 시절은 좋아졌으며, 나에게는 달리 살 여러 길이 놓여 있었다. 이 길이 도무지 끝나지 않는다는 작은아버지의 시절은 지나간지 오래였다.

- 달리 살 길이 여러개인 우리 세대에게 아버지 세대, 아니 나에게는 할아버지 세대의 이념 이야기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 그래도 궁금하고 알아야할 이야기.

223쪽

“학수야.” 아버지에게 처음 이름으로 불린 학수는 아이처럼 신이 났다. 아버지 만난 지 십년이 지난 때였다.

- 내 부모에게도 할 수 없는 살가운 자식 노릇을 다른 어른에게 할 수 있는 사람. 부럽다. 언제나 남의 시선, 체면이 중요해서 괜히 아빠, 엄마에게 성질 낸 일이 얼마나 많았나. 아빠, 엄마가 좋아할 거라고 내 입장에서 생각해서 했던 일은 많아도 진짜 아빠, 엄마 입장에서 좋아할 일을 생각이나 해봤었나? 나는 가족들에게 조차 이기적이지 않았나.

231쪽

죽음으로 비로소 아버지는 빨치산이 아니라 나의 아버지로, 친밀했던 어린 날의 아버지로 부활한 듯 했다. 죽음은 그러니까, 끝은 아니구나, 나는 생각했다. 사람은 죽음을 통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부활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화해나 용서 또한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이야기 속 아버지는 죽어서야 이념에서 해방된다. 나도 내가 지금 강박적으로 잡고 있는 것들이 지금의 나겠지. 그 것을 끝까지 잡고 갈까? 나이들면서 스스로 깨닫고 하나씩 놓을 수 있을까?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나이가 들 수록 조금 더 자유로운 어른.

239쪽

아버지가 이 작은 세상에 만들어 놓은 촘촘한 그물망이 실재하는 양 눈앞에 생생하게 살아났다.

- 이 세상에 나는 촘촘하지 않더라도 얼기설기 엮은 그물망이라도 던지고 있는가? 주위 사람들한테 관심이나 있으며 사람들을 믿고 사랑하고 있는가? 언제나 이야기 속 아버지 같은 인물을 동경하고 쉽게 좋아하지만 그런 사람이 진짜 주위에 있을 거 라고 믿지도 나 스스로도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248쪽

아버지는 혁명가였고 빨치산의 동지였지만 그전에 자식이고 형제였으며, 남자이고 연인이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남편이고 나의 아버지였으며, 친구이고 이웃이었다.

- 사람마다 사정이 있고, 그 사람이 그럴 만한 사정이 있겠지 이해하는 성숙한 사람이.. 될 수나 있을까?

252쪽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262쪽

담배를 입에 꼬나문 채 봉지에서 유골 한줌을 집어 아이에게 건넸다. 아이도 담배를 꼬나문 채 유골을 받았다.

“아이고. 아부지가 봤으면 장허다 하겄다. 가관이그마이, 혼차 보기 아깝다야.”

- 이야기 속 아버지는 장하다고 할 듯. 혼자 보기 아까운 장면. 나도 모르게 진짜 웃음이 터졌다.

265쪽

그게 나의 아버지, 빨치산이 아닌, 빨갱이도 아닌, 나의 아버지.
-
내 딸이 내가 떠난 후에 진짜 나의 모습을 이렇게 들여다 봐준다면 매우 고마울 것 같다. 그리고 흡족하게 모든 것을 훌훌 털고 미련도 억울함도 없이 떠날 수 있겠지. 그리고 나 스스로도 내 주변 사람들을 항상 내 입장에서 굴레를 씌워 보지말고 그 사람 그 자체로 바라 보도록 노력을 해야겠다. (나의 책읽기는 왜이렇게 나도 모르게 교훈을 얻고 끝나려고하나. 유치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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