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나폴리 4부작 제3권)/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선택 동기
여전히 독서모임에서 읽는 책으로 2월 6일 마지막 모임까지 엘레나 페란테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푹 빠져있을 예정이다. 내 손가락이 독서모임 신청했으니, 사실은 자의 100% 이지만, 부정해 본다. 3부작은 617쪽 밖에 안되니 쉽게 읽어낼 수 있어야지요? ^^. 내가 참가하고 있는 독서모임은 아래 글 통해서 신청하였고 줌으로 격주 진행 중이다. 혹시 모르니 기록해두려 한다.
세계 문학의 작가 깊이 읽기_엘레나 페란테(1.. : 네이버블로그
세계 문학의 작가 깊이 읽기_엘레나 페란테(12월부터 2월까지)
세계 문학 깊이 읽기를 시작합니다. 작가별로 쭈욱 파는 것이 좋은데요. 다양한 작가들의 새로운 작품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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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및 기록 방법
전자도서관과 종이책 도서관 모두 이용하고 문장을 발췌하여 노트북에 기록하면서 읽음.
한 줄 감상
최고의 선택은 없다, 최선의 선택만 있을 뿐.
배경 역사
68운동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68운동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68운동 또는 68혁명은 1968년 한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사회적 분쟁으로, 군 독재정부나 권위주의적 정권에 맞서 정치적 압력을 받던 이들이 일으킨 사회 운동
ko.wikipedia.org
독서 후 느낀 점(스포주의)
레누와 릴라가 결혼 후 아이를 키우면서 사랑과 일을 하며 살아가는 3부도 참 흥미진진했다. 아무래도 나의 생애 시기와 맞아 떨어져서 그러한 듯 하다. 그녀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생각을 하며 또 그 선택의 결과는 무엇인지 아주 궁금했고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사람들은 레누가 어떤 선택을 하든 매우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 답답하고 그 결정도 자신의 이익만 생각한다며 좋아하지 않는다. 엄청나게 정의롭지도 극단적이지도 않고 누구나 했을법한 레누의 선택들. 아이로타 가문에 시집가고 사람들이 좋아할 글을 쓰고 행동을 하려는 레누. 나는 그런 레누가 이해되고 내 삶이 참 많이 겹쳐 보인다. 최고의 선택은 아니지만 최선의 선택들을 하며 자신의 행복을 꿈꾸는 레누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나?
다만, 릴라는 손익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성질대로 욕망대로 인생의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릴라의 인생은 언제나 가시밭길이라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악을 써대는 모습을 보면 동정의 마음이 식는다. 언제나 주위사람들을 도와주며 동네를 지킨다고 생각하는 릴라지만 그녀의 이러한 행동 때문에 사람들은 릴라에게 열광하다가도 쉽게 등을 돌린다.
그런 레누와 릴라였는데, 레누가 아이로타 집안에 시집가서 최선의 선택이었던 피에트로와 딸 둘을 낳고 살다가 모든 것을 내버리고 니노와 함께 떠나다니. 이성적인 생각도 미래에 대한 생각도 가족도 내던지고 평생의 사랑 니노에게 가다니! 배신감이 들었지만, 레누는 혹독한 자기 억제를 하면서도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나이 먹으면 예전보다 성숙해지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닌 듯하다. 우리는 언제라도 욕망에 눈이 어두워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 다만 그 결과가 실패이고 후회일 수 있지만 더 시간이 지나면 또 이 시간으로 인해 더 성숙한 나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고통도 필요한 순간인 것이다. 비록 레누가 니노를 선택하여 혼자 딸 셋을 키우며 고생을 많이 했지만, 또 그 경험으로 인생이 풍부해지고 글쓰기에 많은 영감을 얻었다. 정말 최고의 선택이라는 것은 없고 그 상황에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만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성장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나를 조금 자유롭게 놔둬보고 싶다. 올해는 자유롭게 이런저런 선택을 하며 여러 분야에 도전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든다.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며 책임감을 가지고 이 일 저 일에 기웃거려보아야겠다.
발췌 및 단상
23쪽
하지만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나는 그때 내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실은 길이가 길어질수록 고리가 커지는 사슬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향 동네는 나폴리와, 나폴리는 이탈리아와, 이탈리아는 유럽과, 유럽은 전 세계와 연결되어 있었다.
88쪽
나는 어떤 면에서는 지나치게 교육을 많이 받았고 어떤 면에서는 너무 무지했다. 나 자신을 통제하는데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다른 이들의 사상과 사건을 머릿속에 꾸역꾸역 집어넣느라 열정 없는 인생을 사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게다가 결혼과 안정적인 삶이 너무 빨리 시작될 예정이었다. 한마디로 나는 그곳에서 이미 몰락해 버린 기존의 질서 체계 속에 너무 깊이 자리 잡게 된 것이었다.
- 사람은 간사해서 안정적으로 살기 시작하면 또 다른 것을 욕망하게 되는 걸까? 퇴사 후 시간이 많아져서 여유가 생기니까 나도 끊임없이 내가 이렇게 여유를 누려도 되는 걸까? 정체되어 있는 걸까? 끊임없이 생각이 든다. 그토록 바란 시간과 여유였는데도 말이다.
159쪽
교만의 죄를 저지르지 말고 분수를 지켰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해서든 머릿속을 진정시켰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 우리는 어디까지 열망해도 되는 걸까?
178쪽
대체 왜 제대로 풀리는 일이 하나도 없을까? 왜 과거의 실패를 평생 짊어져야 하는 거지?
-교만한 릴라. 불쌍한 릴라.
180쪽
모든 사물과 사람들과의 거듭되는 충돌에 지칠 대로 지쳐 무너져 내리면서도 도무지 포기할 줄 모르는 교만하기 짝이 없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도 혼자 감내할 것이다.
191쪽
나도 젠나로도 평생 이런 데서 살지 못할 거야. 그럴 바에는 차라리 망가져 버렸으면 좋겠어. 화염과 재가 도시를 뒤덮었으면 좋겠어. 용암이 언덕 꼭대기까지 덮쳐버렸으면 좋겠어.
202쪽
"어린 시절 둘이 약속했거든요. 둘 중 못된 역할은 제가 맡기로요."
210쪽
릴라는 불안함 속에서도 또 한 번 폭력의 쾌감을 경험했다. '그래, 나를 겁주려는 사람한테는 겁을 주어야 해. 다른 방법은 없어. 폭력은 폭력으로 맞서는 수밖에. 내 것을 빼앗기면 어떻게 해서든 다시 빼앗아야지. 당한 만큼 고스란히 되갚아주어야 해.'
- 환경이 이토록 사람을 변하게 하는데, 사람 탓만 해도 될까?
214쪽
릴라는 그런 식으로 개개인의 불만을 이끌어내 현란한 말솜씨로 다양한 불만을 하나로 연결했다.
232쪽
상황을 나아지게 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우리는 더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네 자신은 예전 나아졌어? 나디아나 이사벨라처럼 됐다고 생각해? 네 오빠가 아르만도 같은 사람이 되었어? 네 아들은 마르코처럼 되었어? 아니. 우리는 우리고 그들은 그들이야. 그런데도 너는 대체 왜 포기하지 않는 거야?
233쪽
맞아. 모든 악의 근원은 네 머리에 있어. 머리가 만족하지 못해 몸까지 병드는 거야. 이런 자신이 지긋지긋해. 모든 것이 넌덜머리가 나.
- 환경의 한계 안에서 우리는 어느 정도 포기 하고 어느 정도를 깨부수려고 해야 할까? 포기하지 않으면 릴라처럼 지금에 행복하지 못하고 포기하게 되면 안 좋은 상황을 벗어날 시도 조차 하지 않고 안분지족 하며 살 것이다. 최적의 균형점을 찾으며 더 나은 방향으로 인간은 살아가야겠지? 그런데 릴라처럼 모든 것이 악조건이라면 나는 대체 어떻게 살 것인가? 갈등을 피하며 작은 성취들을 발판으로 살 것인가 (레누처럼)? 항상 부딪히며 모 아니면 도, 행복 아니면 불행으로 세상을 살 것인가? 정답은 없지만 생각해 볼 만한 문제이다.
240쪽
리나의 문제는 이거야. 머리가 상당히 좋은데도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거지.
248쪽
내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게다가 내 경험이 정말 릴라에게 일어난 일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
- 요즘 대화할 때 나도 생각하는 문제인데, 나는 내 기준에서 비슷하다는 이야기는 다 끌어다가 나의 의견을 관철시키지 않았나? 그래도 고민하게 되는 질문이다. 지금 보다는 말을 아껴야지. 조개처럼 입을 꼭 다물 수는 없겠지만...
254쪽
예전에 함께 바다를 향해 가는데 비가 왔었던 때를 기억해? 우리 중에 누가 계속 가려고 했고 누가 돌아가려고 했는지 기억해?
- 릴라는 왜 계속 그 좋지 않은 동네로 회귀하려고만 할까? 사람의 한계인가?
256쪽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내 뒤를 쫒아 다니면서 잔소리를 퍼부었다. 가끔은 내가 나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도록 내 몸속에라도 들어올 태세였다.
- 이런 엄마 되지 않게 경계해야 하는데.
262쪽
수줍어하지 말거라. 넌 이제 어엿한 작가야. 네 지위를 활용하도록 해. 한번 시험해 봐. 비중 있는 사람답게 행동하란 말이다. 지금은 중요한 시기야. 모든 가치가 변하고 있지. 너도 이런 변화에 함께해야 해. 존재감을 드러내란 말이야.
- 자기 자신의 능력을 축소하고 수줍어하는 것이 많은 여자들이 특징이지. 많이 가지고 있지 않아도 나를 우선 뻔뻔하게 드러내고 하고 싶은 말을 해보는 것이다.
263쪽
이제부터는 나도 이를 기반으로 위험을 감지하는 순간, 때로는 두려움 없이 전진할 수도 있고 때로는 피신할 곳도 생겼다.
- 어른되어 어린 시절을 돌아보니 이런 환경이 그냥 주어진 것과 아무리 원해도 주어지지 않은 것이 인생에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 새삼 느껴진다. 누구에게나 피신해서 위로받을 곳이 꼭 필요하다.
268쪽
상대방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언제나 위험하지.
- 과대평가만큼 위험하지.
331쪽
분명한 것은 릴라가 본심을 감추고 있으며 내게 전혀 고마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중략) 하지만 릴라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욕망은 내 맘 한구석에 뿌리를 내려 내가 아무리 쫓아버리려 해도 사라지지 않았다.
333쪽
내가 사회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대대로 투쟁해 왔고 파스콸레나 릴라 같은 서민을 위해 애써온 아이로타 집안의 힘을 빌린 것은 사회의 위악을 바로잡는다는 거창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먼저이면 속좁고 나쁜 것인가? 내 주위를 바꾸어야 세상이 바뀌는 것이 이치 아닌가.
366쪽
그런데 왜 나 혼자만 절망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걸까, 결혼을 해서? 출산 때문에? 데데 때문에? 여자이기 때문에? 집안일을 하고 가족을 돌보고 아이 엉덩이에 묻은 똥이나 닦아주고 기저귀를 갈아주어야 하기 때문에?
- 아기 낳고 갑자기 회사 안 가고 집에 있는 상황이 되면 누구나 한 번쯤 이렇게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397쪽
나는 먼저 나 자신을 이해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 여성성을 탐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나는 너무 과하게 애를 썼다. 남성의 능력을 가지기 위해 노력했다. 뭐든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뭐든 다 해야 만한다고 생각했다.
- 릴라와 학업에서 멀어져서 자기 자신을 먼저 찾아야 하는 레누, 그리고 나.
411쪽
"이제 내 뺨을 때려봐, 알았지."
풋풋한 어린 생명체가 나이 든 생명체를 장난 삼아 흉내 내고 있었다. 우리는 결국 모두 똑같이 사랑과 증오와 욕망과 폭력이라는 짐을 지고 무대에 오르는 그림자 인형일 뿐이었다.
495쪽
무엇인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어린 시절부터 나를 사로잡았지만 나는 그제야 처음으로 그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무엇인가 되기를 원했다. 그 무엇인가가 뭔지는 알지 못했지만 말이다.
- 이거 완전히 나다. 언제나 남들이 부러워하는 무언가가 되길 아등바등 노력하며 살아왔지만 진짜 뭐가 되고 싶은지는 언제나 알지 못했다. 지금 와서 진짜 내가 원하는 직업을 찾으려니 너무 어렵다. 그래도 늦었지만 이제 방향은 잡아가고 있어 다행이다. 내 딸은 그렇게 살게 하지 않으려면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해줘야 할까?
506쪽
나는 성숙이란 결국 삶의 굴곡을 호들갑 떨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일상적인 삶과 이론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길을 걸어가는 것이라고, 변화를 기다리며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이때만 해도 레누가 엄청 이성적이었네. 레누가 성숙했다고 생각했고 이제 안 흔들릴 줄 았는데, 또 3부 마지막에서 사고를 칠 줄이야... 요즘 내가 꽂혀있는 화두가 성숙과 나의 그릇의 크기를 넓히는 것이어서 그런지 이 문장이 와닿았다. 나도 이렇게 성숙을 운운하다가 또 말도 안 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할 수도 있을까? 그래, 인간이 끊임없이 성장하는 존재는 아니잖아. 후퇴했다가 또 더 큰 성장을 할 수도 있겠지? 성숙해야 한다는 것에 너무 갇혀있지 말자.
독서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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