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움가트너/폴 오스터 장편소설/정영목 옮김/열린 책들/2025

한 줄 감상
산다는 것은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견디고 살아나가야 하는 마음에 대해서
작가 정보 (폴 오스터)

1947년,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났다. 유대인 가정에서 자랐으며 부모가 오스트리아, 동유럽 출신이다. 소설가, 시인, 에세이스트였으며 컬럼비아, 프리스턴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의 생애는 <바움가트너>의 주인공과 닮은 점이 많다. 미국 현대 문학의 대표작가로 2024년 사망하기 전 까지 많은 작품을 남겼다. 대표작으로 <달의 궁전> <4321> <뉴욕 3부작> 등 이 있다. 정체성, 우연, 상실, 자아탐구와 같은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 대표작 (출처: chat gpt)
- The New York Trilogy (1987) — 포스트모던 탐정 소설의 전형으로 평가되는 단편집.
- Moon Palace (1989) — 정체성과 인생의 의미를 탐구하는 장편.
- The Music of Chance (1990) — 인간의 우연과 운명을 다룬 작품.
- Invisible (2009) — 자아와 기억에 관한 소설.
- 4 3 2 1 (2017) — 한 인물의 네 가지 삶을 병렬로 그린 장대한 실험적 소설.
- Baumgartner (2023) — 후기작으로 삶·죽음·고독을 묘사한 작품.
독서 후 느낀 점
부인의 상실과 애도의 마음
<바움가트너>의 주인공, 바움가트너의 노년의 삶은 아프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부인을 사고로 잃고 그녀의 빈자리를 끊임없이 의식하면서 견디면서 사는 시간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상실에 무감각해지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노년에 접어든 남자의 아픔에 대해 의식하거나 공감하지 않는다. 많은 시간을 사는 동안 인생의 사건들에 무덤덤해졌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바움가트너의 견디는 시간을 바라보며 알게 된다. 그 누구도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 앞에서는 아주 아플 수밖에 없다. 그 시간을 그저 견뎌야만 한다. 폴 오스터가 그의 아픔을 참으로 아프게 표현해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깊이 가라앉는다. 작가 자신도 부인을 먼저 보냈다고 하니 진짜 그의 이야기라고 느껴져 더 마음에 와닿는다.
24쪽
그래서 그냥 그렇게, 그의 팔다리가 몸에서 뜯겨 나갔다. 네 개 전부, 팔 둘과 다리 두 개가 모두 동시에.
35쪽
바움가트너가 나중에 사라짐 또는 애도하다 미쳐 버린 남자라고 언급하게 되는 시간의 틈. 반년 동안은 그 자신도 대체로 그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가 소년 시절부터 알고 들어가 살았던 존재와는 다른 존재였다. 그는 방향 감각을 상실한 채 비합리적인 충동에 휘둘리는 그 임시 구역에서 괴상하고 어정쩡한 일을 수도 없이 만들어 내 열심히 하면서 바쁘게 그날들을 흔들흔들 통과해 갔다.
41쪽
산다는 건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고통을 두려워하며 사는 것은 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행복할까? - 우연과 운명
사람들은 폴 오스터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우연과 운명에 집중한다. 하지만 어느 인생이든 우연과 운명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야기가 있을까? 사고는 예기치 않게 일어나고 우리는 후회한다. 인생에 걸림돌이 생기면 우리는 언제나 먼저 후회하고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자책한다(내가 그렇게만 하지 않았다면).
하지만, 작가는 묻는다.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행복할까?' 이야기 속에서 바움가트너는 아내 애나가 물에 빠지던 날을 끊임없이 되뇐다. 몇 번이나 생각했을 것이다. ‘그때 물에 들어가려는 애나를 온 힘을 다해 말렸더라면.‘ 하지만, 그는 다른 결론에 다다른다. 애나가 하고 싶은 대로 살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면 30년 이상 함께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깨닫는다.
우리가 후회하는 많은 일들을 되돌린다면 반대급부로 좋았던 많은 일도 되돌려진다. 인생에는 일어날 일이 일어나고 후회는 소용없다는 것을 노년의 바움가트너는 깨닫는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하게 되는 많은 선택이 있고 이는 모두 우연과 운명으로 이어진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무조건 좋거나 나쁜 것은 없다. 선택을 하고 그 후에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것이 중요하다.
26쪽
하지만 애나가 원하는데 물에 들어가는 걸 내가 막으려 하거나 그랬다면 우리는 30년 이상 함께 하지 못했을 거예요. 삶은 위험해요, 매리언, 언제라도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죠.
66쪽
이때가 그들이 함께 산 인생 초기 황금시대였으며, 만일 고집스럽고 이상주의적인 애나가 자신을 위해 싸우던 전쟁을 그들 둘을 위한 전쟁으로 바꾸어 부모의 돈을 받는 약간의 양보를 하지 않았다면 그 모든 일이 일어날 수는 없었다는 것.
91쪽
옳은 선택이냐 그른 선택이냐는 없고, 둘 다 결국에는 그른 것이 되어 버릴 옳은 선택만 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
노년에도 질문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폴 오스터의 노년에 쓰인 이 작품은 극 중 화자가 마치 폴 오스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 자전적인 부분이 많다. 그가 평생 많은 글을 쓰고 남기면서 좋은 인생을 산다는 것에 대해 마지막으로 정리한 생각을 무엇일까? 바움가트너의 아내 애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호기심 많고 밝고 활기찬 삶의 태도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동경을 드러낸다. 바움가트너의 아버지에 대해 생각하며 이른 나이에 세상에 짓눌려 모든 것을 포기하는 삶을 불쌍히 여긴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잘 사는 것이 거창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주위 사람들이랑 잘 지내고 무슨 일을 하든지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좋은 삶이라고 말한다. 이제 40대에 접어든 내 눈에는 돈과 명예를 얻고 남들이 보기에 반짝반짝 빛나는 삶이 여전히 멋져 보인다. 그렇게 생각하니 현재의 조용한 삶과 언제나 간극이 커서 스스로가 실망스럽다. 노년에 이르러 인생을 돌아보는 폴 오스터가 반짝이는 것보다 멋진 게 무엇인지 가만가만 이야기해 주는 느낌이 든다.
6쪽
그도 아니면 아주 간단하게 환하게 빛나는 자아의 힘, 감정과 사고가 서로 얽혀 복잡하게 춤을 추는 가운데도 안에서 밖으로 한껏 뿜어져 나오는 인간의 살아 있는 상태 ─ 아마도 그 비슷한 것일 듯하다, 말이 되는지는 몰라도.
85쪽
이 따분한 느낌의 남자는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 위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벌써 자신의 일 또는 인생 혹은 세상에 짓눌려 부서진 나머지 다시는 자기 발로 설 가망이 없어 보였다.
100쪽
이것은 바움가트너에게 인간의 역사에서 벌써 몇 번째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모두 서로 의존하고 있고 어떤 사람도, 심지어 가장 고립된 사람이라 해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일일 뿐이었다.
103쪽
그렇기에 나는 여기서 내가 해온 일이 자랑스러워, 사이. 나는 수고할 가치가 없는 일에 내 재능을 낭비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수고할 가치가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 사람이 누구든.
‘어떻게 죽을 것인가?’ - 견디고 살아나가야 하는 마음에 대해서
작가는 노년에 ‘어떻게 살 것인가?‘ 만큼 ’ 어떻게 죽을 것 인가?‘에 대해 생각한다. 바움가트너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마지막 모습에 그의 생각이 드러난다. 평생 글을 써온 그는 마지막에도 글을 쓰고 있기를, 자기가 떠난 후에도 마지막까지 쓴 글들을 독자들이 읽어주기를 바란다.
2023년에 이 책을 출간하고 2024년에 유명을 달리한 그의 삶을 보면 그가 원하는 대로 마지막까지 글을 쓰는 삶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가 떠난 후에도 나 같은 독자들이 그의 책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으니 그가 원했던 마지막이었기를 바란다.
노년의 삶이란 어떨까? 작년에 읽은 <올리브 키터리지>, <다시, 올리브>에서도 노년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https://ssohee07.tistory.com/m/206
자신을 즐겁게 만들어 주지 않은 것은 그녀 자신이었음을(< 다시, 올리브 >를 읽고)
다시, 올리브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정연희 옮김 한 줄 감상자신을 즐겁게 만들어 주지 않은 것은 그녀 자신이었음을 작가 및 영상 정보( 의 전작인 의 책 리뷰를 참고해 주세요) 나이 들어서
ssohee07.tistory.com
바움가트너의 삶에서 자꾸만 올리브 키터리지의 삶이 보인다. 배우자를 먼저 보내고 나이 든 몸으로 견디고 살아가야 하는 시간들. 노년의 시간에서 희망과 기쁨을 발견하고 살아가야 한다. 삶의 어떤 시간보다 희망과 기쁨을 찾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바움가트너의 희망은 글을 쓰는 것이고 애나의 작품에 관심을 갖는 대학원생을 만나는 것이다. 어떤 삶의 시간 속에서든 삶을 살아가는 희망이 등장한다. 언제 나타날지, 언제 사라질지 모를지라도. 폴 오스터가 말하는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시간에서도 묵묵히 잘 살아내야 한다.
51쪽
종말이 왔을 때, 적어도 자기 글에 쓸 문장을 마지막으로 애써 끄집어내다 심장이 멎는 위엄을 부여받기를.
75쪽
서랍에 던져 놓고 아무에게도, 심지어 애나에게도 보여 주지 않은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글. 그래도 그는 극단적 압박감을 느끼는 순간이 오면 그런 걸 쓰는 일을 계속하고 있으며, 그날 오후 사랑을 향한 마지막 시도였다고 느끼던 것의 죽음을 애도하느라 바움가트너의 기분이 가장 낮게 가라앉아 있었던 만큼, 아마도 이 이상한 작화증(作話症)의 결과물은 독자가 그 특정한 날 그 특정한 순간 우리 주인공의 마음 상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기억은 우리를 구원할 것인가? - 정체성
노년에 이르러서 그간 쌓아온 기억의 의미란 남다르다. 오랜 시간의 기억은 정확하지 않지만 스스로에게는 선명하다. 최근의 기억이라고 선명하지 않고 중요한 기억이라고 많이 남아 있지 않는다. 아무리 어린 날의 기억도 선명히 남은 것이 있고 별일 없었던 나날의 기억이 분명하게 남아 있기도 하다. 그런 기억이 정체성이 된다.
작가는 노년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럽고 알고 싶어 한다. 노년에 이르러서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궁금해하는 모습이 나에게는 놀라웠다. 유럽계 유대인이라는 그의 정체성과 혼란한 가족의 역사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깊숙하게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노년에는 스스로를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나의 편협함을 깨달았다.
작가의 말대로 나이가 들면 쌓아온 기억이 내가 될 것이다.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나이 든 자신도 어떻게든 조금씩 바뀌고 있을 것이다. 어떤 기억들로 나이 든 나를 만들어 낼 것인가? 어떤 것을 기억으로 남기려고 애쓸 것인가? 노년에 나는 어떤 기억들을 가지고 어떤 노인이 되어있을까? 화려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일상을 살지 않더라도 행복이라고 느끼는 나의 작은 일상들을 흘려보내지 말고 좋은 기억으로 만들고 싶다.
82쪽
또는, 어쩌면 더 적절한 것으로, 왜 다른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순간들은 영원히 사라진 반면 우연히 마주친 덧없는 순간들은 기억 속에 끈질기게 남아 있는지 살펴본다든가.
115쪽
사실이라고 여겨지는 게 진실인지 진실이 아닌지 확실치 않을 때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139쪽
이제 세부적인 것은 기억에 없지만, 한 가지, 어딘가에서 차를 세우고 피크닉 점심을 먹었던 일, 모래가 많은 땅에 담요를 펼치고 애나의 아름답게 빛나는 얼굴을 건너다보았던 일은 떠오른다. 그때 그는 강렬한 행복감이 큰 물처럼 밀려오는 바람에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고, 자신에게 말했다. 이 순간을 기억하도록 해, 얘야, 남은 평생 기억해, 앞으로 너한테 일어날 어떤 일도 지금 이것보다 중요하진 않을 테니까.
독서의 시간
인테리어하는 동안 친정에가서 처음가는 동네의 도서관에서 빌려읽었다. 연말 연초에 읽기에 참 좋은 책이었다. 나 책 읽을 때 니니도 꼭붙어서 자신의 취향인 (난 절대 아님 😂) 책을 열심히 읽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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