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이기호 장편 소설/ 문학동네

한 줄 감상
외면하지 않는 후한 마음으로 살아갈 것
작가소개 - 이기호 작가

1972년생 한국 작가. 이기호 작가의 문체를 보면 50대 임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젊어 보이는 데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젊은이의 감성을 많이 접하는 듯하다. 나도 모르게 쑥쑥 쉽게 읽어나가는 이야기. 1999년, 단편 소설 <버니>로 등단. 대표작은 <최순덕 성령충만기>(2004),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2016> 등 다수.
찌질하지만 현실적인 인물들을 통해 별일 아니지만 등장인물에게는 큰 일인 이야기를 한다.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 볼 법한 사회문제에 대해 심각하지 않게 건드리지만, 그냥 지나치지 않고 생각해보게 한다.
참고) 이기호 작가의 인터뷰
[스토리텔러] 이기호가 사랑한 존재들, 그 이름은 이시봉 : 네이트 뉴스
[스토리텔러] 이기호가 사랑한 존재들, 그 이름은 이시봉 : 네이트 뉴스
한눈에 보는 오늘 : 사회 - 뉴스 : 문학의 장(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무심코 놓치고 지나간 신간, 인터뷰에 담지 않은 후일담, 각종 취재기 등 이모저모. +α를 곁들여 봅니다.소설가
news.nate.com
줄거리
주인공 이시습은 20대 초반의 젊은이며 특별한 비숑 프리제, 이시봉의 집사이다. 아빠를 갑작스럽게 여의고 동생, 엄마와 함께 살아간다. 취직에도 학문에도 뜻이 없고 이시봉과의 산책이 유일한 낙이다. 시습의 주변인물들도 어딘가 부족하다. 찌질하고 별 것 없는 우리의 인생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런 그 들 앞에 이시봉을 데려가겠다는 암흑의 세력이 등장하면서 큰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이시봉은 시습과 친구들에게 어떤 다른 삶을 안겨줄 것인가?
독서 후 생각들
이시봉의 삶은 제목과 다르지 않다. 개의 삶은 짧고 (인간에 비해) 쉽게 만족하고 무엇인가에 불평하며 투쟁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시봉 주위의 시끄럽고 어리석고 욕심 있는 인간들의 삶이다.
고통받는 존재에 대해 외면하지 않는다 - 투쟁의 의미
왜 주인공 이시습은 어떤 일에도 투쟁하지 않을까? 투쟁을 논하기에 앞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는 의지조차 없다. 아빠가 돌아가셔도 적극적으로 슬퍼하지 않고, 20살 나이에 하고 싶은 것이 없다. 공부도 하지 않고 돈도 벌지 않고 (꼭 그 두 가지 중 하나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간다. 이시봉을 산책시키고 매일 조금씩 술을 마시고 집안일을 한다. 불만이 없어 투쟁할 것이 없는 삶이다. 화내지 않고 모든 것을 그저 받아들인다.
그런 이시습에게 이시봉을 탐내는 무리가 생기면서 그저 받아들일 수 없는 일들이 생겨난다. 불만을 말하고 투쟁한다. 고통받는 존재를 외면하지 않고 지켜내고자 한다. 사람이 아닌 동물을 사랑하고 지켜내고자 하는 마음에 물론 혼란한 마음도 있지만, 고통받는 존재에 대해 외면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투쟁하는 것을 선택하면서 시습의 삶은 드디어 한 발자국 나아간다.
156쪽
이시봉은 오빠라는 자아에게 먹힌 타자인 거지. 그건 이시봉을 이해하거나 위하는 일이 아니거든. 오빠는 사실 오빠를 위로하고 있는 거지. 그럴수록 이시봉은 더욱더 소외되는 거고
169쪽
인간은 늘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상황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어리석은 희망을 품고 산다. 희망,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희망이라는 단어에 기대어 불면의 밤을 지새웠던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희망에 눈이 멀어 자기 자신을 속이고 과시했던가! 개들은 보이지 않는 희망에 들뜨지 않는다.
395쪽
그것이 인간의 유일한 장점이자, 집사로서의 자격 요건이다. 집사란 직위는 대개 그런 사람들, 자기애가 충만하지만 그걸 잘 모르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한 방식이다.
441쪽
나무는 언제나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늘 어느 한쪽이 작게 흔들리고 있었다. 작은 가지나 잎사귀들, 나무의 꼭대기나 가장 멀리 뻗어나간 가지의 끝, 그곳들이 항상 흔들렸다. 나는 그 나무들의 움직임을 보았다.
누군가를 향한 적극적인 사랑
삶을 적극적으로 살고자 하는 힘이 생긴다는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기로 결정했다는 뜻이다. 사랑의 모양과 크기는 다르다. 사랑을 한다는 것이 모두 좋은 삶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미안해서 사랑하기도 하고 모든 것을 다 주고 버림받기도 한다. 리다의 아빠처럼 자식을 사랑한다면서 가정폭력을 저지르기도 하고 정채민 대표처럼 박유정을 사랑하지만 행복하게 만들어주기는커녕 불행하게 만들기도 한다. 박유정은 죄책감을 사랑이라 여기며 자신을 학대하며 평생을 살아간다.
그 사랑이 아름답든, 삐뚤어졌든 그 사랑은 사람을 살아가고 견디게 만든다. 그 누구도 애정하지 않는 사람은 삶의 의지가 없다. 이시습은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 같지만 점점 자기도 눈군가를 애정한다는 것을 알아간다. 이시습의 아빠, 엄마, 동생 그리고 이시봉과 항상 곁에 있는 친구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언제나 두려운 일이지만 해야 하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231쪽
이건 어쩔 수 없이 이용당할 수밖에 없는 일이니까. 알면서도 속는 일, 그게 사랑의 일이니까.
240쪽
이시봉이 아무것도 몰라서, 그런 이시봉을 내가 더 사랑해서, 그래서 나는 무서웠다. 혼자 남겨진 것만 같았다.
329쪽
그리고 어떤 죄의식들은 손쉽게 사랑으로 변해버리고 만다는 것을,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그녀는 후에 자신의 동생에게 “그런 사랑이 제일 위험한 거 아니니?”라고 묻기도 했다.
422쪽
“그게 사랑인 줄 알고……”
한 가지만 생각하는 인색한 마음
하나만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에 골몰하면 인색해진다. 사랑하는 대상과 자신의 마음만을 보게 된다. 박유정은 인색한 마음에 대해 인지하면서도 끝끝내 인색한 마음을 버리지 못한 채 삶을 마무리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삶의 의지이다. 하지만 이 사랑의 마음이 한 곳으로만 향하면 인색해진다. 사랑의 마음을 여러 대상에게 크기도 제각각으로 가지고 이 것들을 잘 돌보면서 살아가야만 한다. 우리는 쉽게 한 곳만 바라본다. 자기 자신, 가족을 넘어 주변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그릇의 크기‘가 아닐까? 어떻게 하면 그릇의 크기를 키워가며 후한 마음을 가지고 여유 있게 살아갈 수 있을까?
283쪽
춥고, 퍼석퍼석하고, 아무런 냄새도 풍기지 않는 마음.
284쪽
박유정이 생각하는 인색이란, 마음이나 생각이 오직 하나뿐인 것이었다. 종교인이 종교만 생각하고, 아이 엄마가 자기 아이만 생각하고, 고리대금업자가 이자만 생각하는 것. 그 외는 아무것도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것.
415쪽
자신이 지키고 싶어 하는 것만 바라봐서, 다른 사람의 마음은 헤아리지도 못하는구나. 그게 인색한 거구나.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기도 했다.
찌질하고 별일 없는 삶을 후한 마음으로 함께 살아간다
우리도 이시습처럼 찌질하고 별일 없는 삶을 매일 살아간다. 이 하찮은 삶을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이시습은 이시봉을 통해 조금씩 변화한다. 찌질한 삶은 변하지 않지만 시습의 마음과 태도가 조금씩 변한다. 주변인물(혹은 동물)을 더 사랑하게 된다. 한 곳만 보지 않고 주변을 보기 시작한다. 아빠를 잃고 세상에 인색해진 그 마음이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한다. 잘 살아간다는 것은 어제보다 조금 더 넉넉하고 후한 마음이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인색한 마음과 종지만 한 그릇을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다. 어제보다 조금 덜 인색한 마음으로 살아가기 위해 신경 쓰게 된다.
25쪽
누군가에게 그렇게 사과를 해보는 것도 그에겐 처음 있는 경험이었다. 그는, 그건 누군가를 사랑해보지 못했다는 말과도 같은 뜻이라고 했다.
297쪽
“할머니, 나는 진짜 생각이라는 게 없는 거 같아. 쪽팔리고 미안하고 화만 내면서 사는 거 같아. 그게 짜증 나서 술도 더 마시고. 술을 마시면서 계속 정신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그것도 잘 안 되는 거 같아. 나한테도 소중한 것들이 있었는데 그게 자꾸 사라지는 거 같고…… 그건 생각한다고 지킬 수 있는 게 아니잖아, 할머니…… 내 힘으로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잖아, 할머니……
434쪽
“그냥 있는 그대로 이해해 주라고. 언니도, 이시봉도.”
독서 기록
이사 준비하는 와중에 카페에도 읽고 한 달 빌려 살던 집에서도 부지런히 읽었다.

오랜만에 독서모임 식구들과 오랜 시간 책 이야기를 나눴다. 책 읽고 이야기 나누는 이 시간이 너무 좋아.
참! 미쉘 브리더의 정체를 난 도무지 모르겠어서 여쭤봤는데! 소름 돋아! 난 왜 책 한 권을 읽고 눈치를 못 챘을까?
역시, 책은 한 번 읽어서 모든 것을 알 수가 없어.. 올해는 치열하게 읽어보자고!
(집정리 끝나고.. 언제 끝나는 거야 집정리… 다신 이사하고 싶지 않다 ^^^^^ 빨리 루틴으로 돌아와 책을 왕창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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